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하며 SK하이닉스 추격을 시작했다. 승부처는 5세대 HBM3E 12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여러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했으며, 5세대인 HBM3E는 아직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한다고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엔비디아에 HBM3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춰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된 H20 그래픽처리장치(GPU)에만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H20은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H100보다는 연산능력이 제한적이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를 다른 AI 프로세서에도 사용할지, 혹은 이를 위해 추가적인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HBM3를, 올해 3월부터는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다만, HBME3 8단 후속인 12단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12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HBM3E 12단은 차세대 HBM인 ‘HBM4’의 직전 세대인 데다 초기 시장인 만큼 누가 시장을 차지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나 시간이 문제일 뿐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은 통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급을 위해 SK하이닉스에만 기댈 수 없어 공급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주도권 유지를 위해 HBM3E 12단 엔비디아 공급이 중요하다. 또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상승을 이어가기 위해 HBM3E 양산·납품이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 중심의 HBM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전년보다 3배가량 확대하고, 최근 신설한 HBM 개발팀을 기반으로 차세대 HBM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도 하반기 HBM3E 12단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에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어서 여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얼마나 많은 물량을 생산해 고객의 요구를 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이 SK하이닉스보다 더 큰 만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뚫으면 물량면에서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