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로봇과 1대 1 대결… ‘양궁에 진심’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양궁 기술은? [모빌리티&라이프]

[편집자주] ‘모빌리티&라이프’는 자동차, 항공기 등 전통적인 이동수단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새로운 이동수단까지 다양한 탈 것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차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과 트렌드를 알려드리고, 모빌리티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전해드립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양궁을 40년간 후원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은 양궁 훈련에 모빌리티 기술과 분석 노하우 등 연구·개발(R&D) 역량까지 쏟아부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26일부터 ‘The path of an archer(궁사의 길)_모빌리티 기술과 양궁의 만남’ 행사를 연다. 참여자가 실제 경기장과 같은 공간에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훈련을 체험하며 직접 양궁선수가 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직접 선수들과 상대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훈련용 로봇부터 미세한 흠집까지 3D 프린터로 재현해 선수들의 손에 딱 맞는 그립까지, 현대차그룹이 양궁을 위해 개발·적용하고 있는 기술을 살펴봤다.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1대 1 대결

 

이 로봇은 7월 초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2차 스페셜 매치에 투입됐다. 선수들과 대결을 진행하는 등 파리 올림픽 대회 직전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팅로봇은 선수들이 상대 선수 없이 1대 1대결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원하는 시간에 바람의 영향 외에 오차 요소가 거의 없는 로봇과 대결을 펼치며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슈팅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및 온·습도 센서를 이용해 바람 등 외부 환경 변수를 측정한 후 조준점을 정밀하게 보정해 명중률을 향상시켰다.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나타낸다. 

 

조준점 보정 과정에서 측정된 자료는 선수들이 바람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로 슈팅 자세 분석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는 개인 슈팅 훈련시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하고 자가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머리 위와 정면의 두 개 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한 피드백 영상을 모니터에 분할 출력해,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각도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완벽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수의 동작과 피드백 영상 간 시간차를 0초부터 9초 전까지 설정할 수 있다. 5초 전으로 설정해 슈팅 훈련을 할 경우 선수가 화살을 발사한 후 화면을 통해 5초 전 시점부터 화살을 발사한 후까지 자신의 자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0.125배속에서 1배속까지 4단계로 속도 조절도 돼 자세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고정밀 슈팅머신으로 최상급 화살 선별

 

양궁에서 활과 화살은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선수들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슈팅머신 이를 자동화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가 협의해 제작한 기기다. 30m 거리에서 화살을 쏘아 신규 화살 중 불량 화살을 솎아내고, 선수들이 균일한 품질의 최상급 화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별하는 작업을 자동화했다. 국제경기 때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이 사용할 화살 선별작업에 계속 사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리우대회를 위해 제작한 장비 대비 정밀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자신했다.

 

◆점수 자동 기록 장치로 점수 자동 판독

 

점수 자동 기록 장치는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적용해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전자 과녁은 무선 통신을 통해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해준다. 선수나 코칭 스태프가 직접 과녁에 가거나 망원경으로 보지 않더라도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화살 탄착 위치까지 모니터에 표시된다.

 

점수와 탄착 위치 데이터는 훈련 데이터 센터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시스템을 갖춰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선수의 발사 영상, 심박수 정보 등과 연계해 선수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 점검하고 지도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비접촉 심박수 측정 장비로 긴장도 측정

 

심박수는 선수들의 긴장도를 나타내는 중요 지표지만 경기나 훈련 중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원했다.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하고 심박수를 측정하는 비접촉식 장비다. 

 

현대차그룹은 보다 정교한 심박수 측정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선수 얼굴 영역을 판별하고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다. 훈련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송용 원거리 고배율 카메라도 들어갔다.

 

양궁 국가대표 코칭 스태프는 훈련 과정에서 축적된 심박수 정보와 점수 데이터를 연계해 선수의 심리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데 이 장비를 활용했다. 심리 제어 훈련을 통한 경기력 향상도 꾀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선수의 손에 최적화된 그립, 신소재 활용 3D 프린터로 정밀 제작

 

선수들은 활의 중심에 덧대는 기성품 그립을 자신의 손에 꼭 맞도록 직접 손질한다. 문제는 장기간 경기가 벌어지는 도중에 그립에 손상이 가면 새 그립을 다시 손에 맞도록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1㎜ 미만의 오차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양궁 경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립의 중요성은 크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3D 스캐너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이 이미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스캔해 그 모습 그대로 3D 프린터로 재현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리우대회부터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해 왔으며, 도쿄대회부터는 신소재를 활용해 그립 재질을 한층 다양화했다.

 

알루마이드는 알루미늄과 폴리아미드를 혼합한 소재로, 현대차·기아 생산공장의 다양한 검사 공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신소재 PA12는 고밀도, 내화학성, 방수성 등의 특징이 있어 자동차 부품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우레탄이나 원목 등 기성품으로는 제작할 수 없는 재질도 공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