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대선 경선에서 물러나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고령이라는 점이 본선 경쟁력뿐만 아니라 재선 이후의 국정 수행에서도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미국 민주당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동안 잦아들었던 공화당 주도의 문화전쟁은 다시금 확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즉 국내적으로는 더욱 혼란스러운 넉 달을 맞게 될 것이고,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2021년 1월 일어났던 미국 의회 점거 폭동 사건이 재현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은 2024년 미국 대선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미 8년 전의 일이지만, 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 세계가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있다며 동맹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병합, ISIS의 발호, 영국의 브렉시트,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구축 시도 등 강대국 경쟁과 다극화로의 진입이 시작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뒤를 이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우며 중국과의 경쟁에만 집중했을 뿐, 무너져가는 국제질서에 대한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헤징을,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중 관계 사이 헤징을 추구함으로써 소위 각자도생의 국제질서가 형성된 바 있다. 각자도생의 국제질서야말로 러시아와 중국 등 현상변경 국가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가장 쉬운 환경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동맹관계의 복원을 우선순위로 설정하며 국제질서 회복을 시도하였다. 산업정책 조정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국 우선주의 측면의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시기보다 예측 가능한, 그리고 동맹국의 우려를 반영하는 정책을 동맹국과 협의하며 만들어왔다.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앞다투어 소다자협의체를 만들어온 지난 4년간의 기록이야말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우려를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었음을 보여준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