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코로나 지원금 피해 여부 확인 않고 살포…환수 노력도 안 했다

코로나 무관 태양광업자에 99억
대포통장 법인 21곳도 1억 타가
방역 조치 어기고 받은 사업자도
혈세 낭비에도 중기부 환수 뒷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현금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조 단위 예산이 잘못 지급되거나 범죄단체에 흘러간 것은 부실한 제도 설계와 기초단체의 점검 미흡, 임용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공무원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운 과정에 발생한 실수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탓이라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감염병 확산 국면 속 신속한 지원이 급선무였던 점을 고려해 일선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발생에 대비해 제도개선 필요사항을 중소벤처기업부에 통보했다. 위법·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아가 범죄 혐의가 있는 부분은 고발 및 환수 조치하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감사원에 따르면 중기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여부나 규모에 대한 검토 없이 현금 지원을 실시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피해와 관련 없는 태양광발전소에 세 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 440만원이 흘러갔다. 이 발전소는 2021년 5월 개업했는데 그해 12월이 되도록 매출액이 0원이었다. 발전소를 설치하지 않아 영업조차 개시하지 않은 태양광 사업자들도 99억원을 타갔다. 매출액 감소 여부만 확인했어도 이러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단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지원 대상 업종 선정 시 소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포함하는 바람에 대기업과 동일한 업종인 소기업이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서적·신문·잡지류 소매업의 경우 매출액이 2019년 대비 2020년 15.6% 감소했지만, 대형 온라인서점 매출액이 상승해 업종 매출액 감소율이 10% 미만으로 산정되면서 지원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면허를 양도하거나 반납해 더는 영업할 수 없는 개인택시·화물차운송업·주유소 사업자에게도 재난지원금 11억원이 흘러갔다고 한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 정부의 방역조치를 준수한 탓에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사업자들에게 지급돼야 할 재난지원 및 손실보상금을 방역조치 위반 사업자들도 타갔다. 임용된 지 약 1년 된 5급 사무관이 17개 지방자치단체 방역조치 위반 사업자 명단 관리를 사실상 혼자 했기 때문이다. 업무 과중으로 명단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대포통장 거래를 위해 설립된 유령법인 21곳도 주먹구구식 예산 지급 기조 속 약 1억원을 타간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부는 이를 방치한 채 환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