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628억 '슈퍼컴퓨터' 소용없다… ‘도깨비 장마’에 골프장 '울상'

올 여름 기습폭우로 골프장들이 울상이다.

 

기상예보가 폭우를 예상하면 해가 나거나, 예고에 없던 집중호우가 쏟아져 골퍼들의 라운딩 취소가 잇따라서다. 올 여름은 종잡을 수 없는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져 ‘도깨비 장마’로 불린다.

 

26일 골프장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은 기상예보가 어긋나는 일이 빈번해 대량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A골프장의 지난 17일 예약 취소율은 30%에 달했다. 18홀을 운영하는 이 골프장은 하루 평균 80팀을 받는데 26팀이 취소 됐다. 골프장 관계자는 “중부지방에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대량 취소 사태가 벌어졌다”며 “하지만 비는 새벽까지만 내리고 오전에는 맑게 갰다”고 했다.

 

강원 춘천시 B골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7홀을 운영하는 이 골프장은 주말 취소율이 60%에 달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이 춘천에 위치한데다 주말에 강한 비가 예보 되면서 전날 골퍼들의 취소가 이어졌다”며 “하지만 오전은 비가 오락가락해 라운딩이 가능했다”고 아쉬워했다.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직장 동료들과 어렵게 잡은 골프장에 하루종일 폭우 예보가 있어 취소했는데, 당일 비가 오지 않고 무더위만 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매년 장마기간 중 잘못된 일기예보로 인한 피해는 골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캠핑, 등산, 아울렛 등 각종 산업 현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 사진.

기상청은 2021년 예산 628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했다. 당시 기상청은 전반적인 기상 모델 수행 능력이 기존 4호기보다 9.6배가량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전보다 정확성이 향상된 기상 예측자료를 낼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올 여름 기상 예보는 낙제점이다.

 

기상청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여름철 날씨를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올해 정체전선(장마전선)이 좁고 긴 띠 모양으로 형성된 데다가 중간중간 작은 비구름이 짧은 시간 내에 생겼다 사라지고 있어 예측이 어렵다”며 “지금 예보 기술로 작은 비구름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