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해운대 지역으로 발령을 받은 김모(41)씨는 이사할 집의 시세를 미리 파악해두었다. 하지만 실제로 부산에 내려와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방문한 김씨는 당황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시세와 부산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장을 통해 들은 시세는 생각보다 달랐기 때문. 김씨는 “언론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는 집값이 떨어졌다고 했는데 부산의 모든 아파트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내가 생각하고 온 가격과 많이 달라 조금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알아보고 온 아파트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더샵센텀파크아파트1단지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최근 두 달 사이 해운대구 사용자가 가장 많이 조회한 곳으로 이곳은 인기가 많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김씨는 이 아파트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이기에 이 아파트를 알아봤다고 말했다.
2005년 준공돼 2752세대를 갖춘 이 아파트의 왼쪽으로는 수영강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장산이 있어 전통적인 풍수지리적으로 본다면 ‘배산임수’의 명당 조건을 갖췄다. 아울러 아파트 단지는 초·중·고를 품고 있으면서 학원가도 갖춰져 해운대에서는 인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점과 거리도 가깝고 단지 바로 옆으로는 동해선 경전철이 다닌다.
이처럼 교통과 환경이 좋은 아파트 단지는 평균적으로 집값이 하락 중인 상황에서도 실제와는 역행하는 상황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송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사장 A씨는 “최근 두어달간 급매물들이 거래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라며 “서울에서도 투자자들이 내려와서 물건을 몇 개 사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실거래가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현재 거래되는 것 대비 가격이 1억원이 더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부산의 아파트값은 재작년부터 하락 중이다. 26일 KB부동산 주간시계열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값은 2022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2년 넘게 내리고 있다. 부산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은 이른바 ‘해수동’(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인데 이 지역들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이 갈수록 분화하고 있는 만큼 전국 산술적 평균치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라며 “부동산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선 지역과 상품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요즘일수록 ‘밀착형 돋보기’가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