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지 든 與 최형두 의원만 캡처해…‘이런 게 국회의원이냐’ 맹비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방송 4법’ 필리버스터서 미디어 리터러시 언급
공영방송의 균형성 강조…“지상파 이용은 엄청난 특권”
가운뎃손가락 든 최형두 의원만 캡처…SNS에서 ‘정신 나갔나’ 맹비난
트위터 캡처

다각도에서의 미디어 메시지 분석을 말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중요성을 내세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하나만으로 야권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에게 비난을 얻어맞고 있다. 다양한 앵글에서의 의심과 정확한 분석을 강조한 최 의원 메시지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최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영국 윌리엄 왕세자의 수년전 사진 두 장을 화면에 띄웠다.

 

한쪽은 마치 윌리엄 왕세자가 가운뎃손가락을 든 것처럼 보이고, 다른 하나는 엄지와 검지를 뺀 나머지 세 손가락을 모두 편 모습을 담았다. 이 사진은 2018년 왕세자가 영국 국민에게 셋째 출산 소식을 알리던 때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왼쪽만 보면 왕세자가 버릇없고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하면서 비난하는 타블로이드에 딱 좋은 사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 손가락을 편 사진을 놓고는 “왕세자지만 평민을 부인으로 택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고 공군 장교로 복무까지 해서 영국의 권위를 지킨 사람(이라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사진을 보도하는 주체의 정치 성향에 따라서 마치 중지만 든 것처럼 보이는 왕세자 사진은 왕실을 비난하려는 매체가, 세 손가락 편 사진은 왕실을 띄우려는 매체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서 소개한 영국 윌리엄 왕세자 사진 두 장. 왼쪽은 가운뎃손가락을 든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사진을 다른 각도에서 확인하면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을 편 것임을 알 수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

국내에서도 언론 성향에 따라 보도 성질이 달라지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한 최 의원은 “미디어가 옥석을 안 가려주니까 우리 건전한 시민들이 직접 가리자고 해서, 미디어의 주장에 농락당하지 말자고 가르친다”며 “왕세자의 손가락 하나 편 사진을 봤다면 저 사진의 다른 앵글은 어떤 것일까 의심해보라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세자 사진 두 장만 놓고 발언을 거듭 이어 나가는 이유로 최 의원은 “우리 국민은 돌아가는 세상을 공정하게, 여야의 주장을 균형 잡히게 보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어한다”고 언급했다. 언론의 균형 잡히고 공정한 보도를 국민이 원한다는 이야기다. 계속해서 “어떤 방송이 어떤 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국민 선택이 달라지고 의견이 갈린다면 얼마나 심각하겠나”라며 최소한 공영방송은 이러한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공영방송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주지는 않더라도 지상파라는 국민 재산을 사용하는 건 엄청난 특권”이라며 “공영방송이 국민에게 균형 잡힌 진실, 전면적 진실, 공동체의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주고, 복잡한 논란이 있으면 찬반을 모두 소개해서 국민들이 숙고하도록 하는 방송이 되어달라는 게 우리 국민의힘이 부탁하고 싶은 것”이라고도 최 의원은 밝혔다.

 

대체로 공영방송의 균형성을 강조한 최 의원의 필리버스터인데, 가운뎃손가락을 든 특정 장면만을 캡처한 화면 이미지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떠돌면서 도리어 최 의원을 겨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 의원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은 ‘국회에서 욕을 하고 있다’, ‘정신 나간 국회의원’, ‘이런 게 국회의원이냐’ 등 전체 맥락 파악이 없는 맹목적인 비난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