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김우민, ‘1레인의 기적’이라고?

수영은 물의 저항을 뚫고 목표 지점까지 누가 가장 빨리 가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선수들은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동작을 몸에 익힌다. 심폐 지구력이 좋고 폐활량이 큰 선수가 유리하다. 기능성 수영복을 착용하기도 한다. 마지막 스퍼트 때에는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참아낸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를 위한 국제규격 수영장은 길이 50m, 폭 25m다. 수심은 2m 이상이라야 하는데, 대체로 3m 깊이다. 폭이 최소 2.5m인 레인이 8개 있어야 한다.

 

김우민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힘차게 입수하고 있다. 김우민은 3분42초50에 터치패드를 찍으며 동메달을 차지, 12년 만에 한국 수영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연합뉴스

선수들은 1∼8레인 중에서 가운데 4·5레인을 선호한다. 경기 중 다른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고 한다. 1·8 레인은 각각 2∼4레인과 5∼7레인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살에다가 벽면에 부딪친 물살까지 받아 저항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중앙 레인은 양 옆 선수들의 움직임도 한 눈에 들어온다. 경기 전략대로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경쟁자를 견제하기에 유리하다. 

 

국제수영대회 결선에서 레인 배정 기준은 예선 기록이다.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가 4번 레인을 차지한다. 이후 순서대로 5-3-6-2-7-1-8 레인에서 경기한다. 예선에서는 개인 최고기록을 기준으로 레인을 배정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수영 경기에서는 5∼8레인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수영장 물의 흐름이 미세하게 시계 반대 반향으로 흘러 1∼4레인 선수들은 물을 거슬러갔다는 것이다. 특히 50m 자유형 결선에 오른 남녀 선수 16명 중 15명이 예선을 4~8레인에서 치렀다고 하니 근거없는 설만은 아닌듯하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김우민이 동메달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김우민이 금메달 루카스 마르텐스, 은메달 새뮤얼 쇼트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김우민(23) 선수가 28일 새벽(한국 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린 보이’ 박태환 선수 이후 우리 선수가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다. 그것도 8레인과 더불어 가장 불리하다는 1레인에서 거둔 쾌거다. 예선에서 기록이 나지 않아 8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7위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경기 후 “막판 50m에서는 사지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역영이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김 선수의 부친은 "우리 아들, 내가 봐도 대견하지만 천재는 아니다"면서 "엄청난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1레인의 기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 안한다’고 하지 않던가. 땀 흘려 키운 실력에는 그만한 결실이 뒤따르는 법이다. 남은 경기에서 더 높은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도 꿈에 그치진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