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女유도 금맥 잇는다 [파리 2024]

주목 이 경기

女 57㎏급 출전 28년 만의 金 도전
韓, 2016년 올림픽부터 쇠락의 길
2021년 도쿄선 ‘노 골드’ 수모 겪어
허미미, 5월 세계선수권 깜짝 우승
“佛 하늘 태극기 휘날릴 것” 출사표

한국은 한때 ‘유도 강국’으로 명성이 높았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금 2·은 2·동 1) 첫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 대회(금 2·동 1)까지 매번 금메달을 수확했다. 역대 최고 성적표를 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선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휩쓸었다. 하지만 한국 유도는 2016 리우 올림픽(은 2·동 1)부터 금맥이 끊기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21년 펼쳐진 도쿄 올림픽에서도 ‘노 골드’로 짐을 싸는 수모를 겪었다.

위기를 맞이한 한국 유도가 12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선봉에 선 선수는 여자 유도 ‘간판’ 허미미(22·경북체육회·사진). 이번에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허미미는 29일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파리 올림픽 여자 57㎏급 경기에 출전한다.

허미미는 최근 한국 여자 유도의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2022년 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단 그는 지난 5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서 깜짝 우승을 차지해 한국 여자 선수로는 29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시 결승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연장 혈투 끝에 꺾고 이룬 위업이었다. 159㎝로 신장은 작지만 뛰어난 체력과 힘을 가진 그는 주특기인 업어치기로 국제무대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에게는 ‘독립운동가의 후손’ ‘재일교포’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 출신인 허미미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유도로 유명한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2021년부터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기도 하다. 1920년 4월22일 만기 출옥한 뒤 3일 만에 순국한 허석은 독립투사로서 공을 인정받아 1982년 대통령 표창,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허미미에게 태극마크를 향한 자부심을 더 크게 갖게 했다.

올해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한 허미미의 남은 목표는 올림픽 시상대 정상에 서는 것뿐이다. 만약 허미미가 우승을 차지할 경우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 만에 여자유도 금메달 위업을 달성한다. 허미미는 “자신감을 완전히 충전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파리올림픽 유도엔 남녀 개인전 7개씩 총 14개 체급과 혼성단체전 1개를 포함해 금메달 15개가 걸렸다. 한국은 11개 체급과 혼성 단체전 등 총 12개 종목에 출전해 남녀 금메달 1개씩을 노린다. 허미미와 함께 남자 100㎏ 이상급 김민종(23·양평군청)이 금메달 후보다. 김민종도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