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숙박비에 도시세까지… 폭염보다 무서운 파리 물가 [남정훈 기자의 아모르파리]

韓 모텔보다 낡은데 1박 40만원
‘인프라 보수’ 명목 도시세도 3배↑
거리 곳곳 악취에 방문객 눈살

프랑스 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흔히 낭만의 도시,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고 하는데 2024 파리 올림픽 취재 현장에 나온 기자에게 앞으로 파리는 태극전사들의 열정과 투혼 외에 살인적인 ‘물가’라는 이미지로 기억될 듯합니다.

 

한국 취재진들은 한국의 모텔보다도 낙후된 시설이지만 명목상으론 ‘호텔’인 곳에서 묵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숙박비는 1박에 30만∼4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아무리 올림픽 특수라지만 평소보다 2∼3배 비싸게 숙박비를 책정한 덕분입니다. 이 돈이면 한국에서는 5성급 특급 호텔에 묵고도 남을 돈입니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 취재진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호텔만 ‘바가지’를 씌우는 게 아닙니다. 파리라는 도시 자체가 제대로 한탕 하려는 모양새입니다. 파리에는 관광객에게 부여하는 세금인 ‘도시세’가 있습니다. 그 취지는 지나치게 많은 여행객이 와서 생기는 기술적, 사회적 문제인 ‘오버투어리즘’을 방지하고 관광객들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유지 보수를 위해서입니다.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은 명목상으로는 4성급 호텔로 지난해까지 4성급 호텔에 묵는 숙박객에게 부과되던 도시세는 1박당 2.88유로(약 4330원)였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 파리는 4성급 호텔의 도시세를 1박당 8.13유로(약 1만2330원)로 무려 2.8배나 인상했습니다. 올림픽 기간 동안 20박을 묵으니 약 24만4600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 셈입니다.

 

도시세를 십분 양보한다고 칩시다. 그 도시세가 과연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파리에 도착한 후 기자가 갖게 된 첫 인상은 ‘왜 이렇게 더러워’였습니다. 길거리엔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 꽁초가 즐비하고, 공중 화장실의 악취는 너무나 심합니다.

 

우연히 현지 프랑스인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어 이를 지적하니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정화 작업을 해서 정말 많이 깨끗해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식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에서 딴 ‘빅맥 지수’도 있으니 맥도날드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빅맥 세트 메뉴 가격은 7000원 정도이지만 기자가 파리 입성 이튿날 먹은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11.6유로(약 1만7450원)였습니다. 한국보다 무려 1만원이나 비쌉니다. 안 그래도 비싼 식비와 숙박비, 그 와중에 이해되지 않는 도시세까지 내라고 하다니. 훗날 여행지를 고를 때 파리는 ‘패스’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