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없이… 남아공 쓸쓸한 ‘6·25 추모식’

4명 생존… 건강 등 이유 불참
고령화로 참석자 매년 줄어
유족·외교단 등 100여명 참석
美선 정전협정 71주년 기념식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으로 생존 6·25 참전용사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한국전쟁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서 생존 참전용사가 불참한 것은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북부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외곽 남아공공군기념관에서 한국전참전용사 추모식이 열렸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과 한인회는 매년 생존 참전용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던 연례행사를 2010년 남아공 공군과 함께하는 추모식으로 확대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프리토리아 외곽 남아프리카공화국 공군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추모식에서 장학금을 받은 후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826명의 남아공 참전용사 중 한국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고초의 후유증으로 귀국 후 11개월 만에 숨진 1명을 포함해 전사 또는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용사는 37명이다. 나머지는 무사히 귀국했다. 현재까지 살아 있는 참전용사는 4명이다.



4명 중 2명은 남쪽 케이프타운과 영국으로 각각 이주해 이날 추모식에 불참했다. 생존자인 마이크 물러(94) 전 남아공 공군참모총장은 건강이 안 좋아져 현재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으며, 동부 콰줄루나탈주의 하우윅에 사는 아이반 홀스하우젠은 건강에 큰 이상은 없지만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물러 전 총장과 홀스하우젠은 피트 피세르와 함께 지난해 추모식에 참석했다. 당시 물러 전 총장은 “올해가 직접 참석하는 마지막 추모식이 될 것 같다”는 말을 했고, 피세르는 물러 전 총장에게 “나는 앞으로 몇 년은 더 참석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지난해 11월9일 92번째 생일잔치를 치르고 나서 나흘 뒤 고인이 됐다.

이날 행사에는 고 피세르의 부인 자네트와 딸을 비롯한 참전용사 유족과 후속, 공군과 외교단 등 100여명이 참석해 전사자들의 넋을 기렸다. 군목의 기도로 시작된 행사에선 남아공 공군의 과거 전투기이자 현재 훈련기인 ‘하버드’가 행사장 상공을 낮게 지나가는 추모 비행을 펼쳤다. 더크 러우 남아공한국전참전용사협회장은 이날 전사자 등 37명의 이름을 불렀고, 양동한 주남아공 한국 대사는 “대한민국 국민은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의 고귀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미국 워싱턴에서도 한국전쟁 정전협정 71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이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렸다. 한국전참전기념비재단(KWVMP) 주관으로 열린 행사에는 참전용사, 유가족, 한미참전단체, 탈북자 등이 참석했으며, 미국 측에서는 KWVMF 이사장인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 제프리 라인볼드 국립공원관리청 내셔널몰 및 기념공원 감독관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