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벌어진 일이다. 개막식 도중 눈꽃 링으로 표현된 오륜기가 다 펼쳐지지 않아 졸지에 4륜기로 둔갑했다. 고장이 난 맨오른쪽 눈꽃은 아메리카 대륙을 상징했는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개막식 참석을 거부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북한과 콜롬비아의 여자축구 경기에서 북한팀 소개화면에 태극기가 표시됐다. 북한 선수들이 한 시간 넘게 출전을 거부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어 당시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까지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말뿐이었다. IOC 공식 트위터(현 X)의 한국을 뜻하는 ‘팀 코리아’ 게시물에 인공기를 들고 행진하는 북한 선수단의 사진이 담겼다. 여자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지연 선수의 국적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으로 소개됐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황당한 실수가 꼬리를 문다.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거꾸로 달더니 한국 선수단 입장 때 영어와 프랑스어로 한국을 북한으로 호명했다. 북한만 두 차례 입장한 셈이다.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딴 오상욱 선수가 ‘오상구’로 잘못 표기됐다. 한국 선수단 입장 사진도 다른 국가와는 달리 선수들의 얼굴이 하나도 담기지 않고 초점도 흐릿했다. 한국을 대놓고 차별한다는 음모론이 나올 판이다.
IOC와 파리올림픽조직위가 유감을 표명했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정중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런 정도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한국 홀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8월 파리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홍보 이미지에 일장기가 40여개, 중국 국기도 대여섯 개 등장했는데도 태극기는 아예 없었다. 작년 말 프랑스 국영 뉴스 채널 LCI는 남북한 간 긴장관계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태극기를 일장기와 유사하게 그린 그래픽을 내보냈다. 3대 유력지인 르피가로는 윤 대통령을 총리로 표기하기도 했다. 우리 스포츠·공공외교가 내실 없이 겉도는 게 아닌지, 있기는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