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임명할 주요 당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거취가 ‘한동훈호’의 성격을 결정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의장의 교체를 지지하는 친한(친한동훈)계와 유임을 주장하는 친윤(친윤석열)계 사이 물밑 신경전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25조 4항은 ‘당대표는 당직자 인사에 관해 임면권 및 추천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대표 측은 이 규정을 근거로 새 지도부를 모두 공석으로 간주하고 원점에서 인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28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임시로 있던 비대위에서 임명을 받은 만큼 선임 절차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재신임을 하더라도 선택은 한 대표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친한계 내에서는 정 의장 교체를 포함해 당의 변화를 보여줄 만한 새 지도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원들이 63%의 지지를 보여준 건 바꿔 달라는 의미”라며 “기계적 중립이 탕평은 아니다”라고 했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 눈높이’ 등을 강조한 한 대표가 정책 면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대표와 교감이 잘 되는 정책위의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도부 내 친한계 과반 확보 문제에도 정책위의장 자리가 걸려 있다. 9명으로 구성되는 최고위는 현재 한 대표를 포함해 친한계가 3명(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이다. 아직 임명되지 않은 지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해도 4명으로, 정 의장이 유임되면 친윤계가 과반으로 분류된다.
정 의장이 공식적인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내에선 불편한 분위기가 감돈다. 정책위의장 임기가 1년으로 10개월가량 남았다는 점과 당정 간 소통이 원활하다는 점도 정 의장 유임을 지지하는 근거다. 정 의장 임명에 추경호 원내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만큼 원내 지도부도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일부 한 대표 지지자들이 정 의장과 추 원내대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 의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댓글 수백 개를 달면서 정 의장의 SNS가 비공개 전환되는 일도 벌어졌다.
한 대표가 정 의장 교체를 강행할 경우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등 당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친윤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사표를 강요해서 (후임자가) 인준이 안 되면 본인이 물러날 거냐. 그렇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당을 장악하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당내 의견이 분분한 정책위의장 인선 대신 이르면 29일 신임 사무총장부터 차례로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