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직 인선과 관련해 “지난 총선과 당대표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과 당심은 저희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며 “민심을 잘 받드는 진용을 구축하도록 많은 말씀 드리면서 신중하고 차분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선과 관련한 기준은 하나다. 선민후사(先民後私)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됐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63% 지지를 보여준 것은 바꿔 달라는 의미”라며 정 의장의 용퇴를 바라는 기류인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정책위의장은 임기가 (1년으로) 정해져 있어 (사퇴를) 강요할 수 없는 자리”라고 맞서고 있다. 정 의장은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 대표가 정 의장을 친한계 인사로 교체하면 한 대표,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 지명직 최고위원과 함께 지도부 9명 중 5명을 친한계로 구성할 수 있다.
한 대표가 ‘변화’를 강조하면서 ‘신중한 진행’을 언급한 것은 정 의장 교체에 무게를 두면서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대 기간 한동훈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던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임명직 당직자들은 그동안 다 사의를 표해왔던 게 관행”이라며 “관행대로 사의를 표한 후 새 대표가 유임을 시키는 경우는 가능하겠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는데 관행에 반하고 그러는 것들은 정점식 의원께서도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4·10 총선 때까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한 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 스타일상 교체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가까이서 봤을 때 느꼈던 건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함께 가기 위한 노력은 훨씬 한 대표가 많이 했다”는 점을 들었다. ‘원팀’을 구성하는 차원에서 정책위의장 유임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 출신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드디어 참교육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당시 안철수 의원 측이 요청한 최고위원 두 자리 중 하나가 정점식 의원에게 돌아갔던 과거를 떠올리며 “정 의원은 왜 이렇게 자주 이런 판에 등장하시는 거냐”며 “그때도 그러면 안 의원이 정 의원을 추천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이준석 감시하라고 국민의당 몫인 척 해가지고 정 의원을 끼워 넣으려고 했던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신임 사무총장으로 서범수 의원(재선·울산 울주)을 임명했다.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친한계 재선 박정하 의원(강원 원주갑)을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사무총장에도 친한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를 발탁한 것이다. 사무총장은 재정과 인사권 등 당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한 대표는 “많은 논의를 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사무총장으로는 변화에 대해서 유연하면서도 어려운 일 앞장서는 분을 널리 이야기를 듣고 찾았다”고 설명했다.
서 사무총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경찰에 입직해 울산지방경찰청장, 경찰대 학장등을 역임했고, 21대 총선 때 금배지를 달았다. 5선을 지낸 서병수 의원의 친동생이다. 초선 시절 이준석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