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문인지. 농촌 마을 빈집에는 어쩌다 개 한 마리만 남게 된 건지. 빈집은 어쩌다 빈집이 된 건지. 귀퉁이 내려앉은 툇마루며 흙이 털린 지 오래인 안방 벽이며 죄다 삭아 빠진 초라한 몰골이다. 어떤 불행한 일이 일가를 덮친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목줄에 매여 혼자 남겨진 개 역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 “머리 젖은 개가 무너진 마루 밑에 엎드려 있”는 풍경은 말할 수 없이 쓸쓸하고 애달프다. 누가 이 개의 줄을 좀 풀어 주었으면. 개의 사정을 좀 살펴 주었으면. 하지만 시 속 어디에도 그런 걸 기대할 만한 살뜰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개는 다만 자다 깨다를 반복할 뿐. 마치 어떤 끝을 기다리는 것처럼. 일찍이 체념한 것처럼. “밥그릇에 고인 물이 바람에 쓸려가는 것”만을 바라본다. 힘없이 짖어본다. 울어본다. 울음 뒤에는 결국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그 참혹만을 재차 확인하게 되겠지.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