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48)씨가 광주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맥줏집은 석 달째 개점휴업 상태다. 고금리 여파에 가뜩이나 힘겨운 데다 치솟는 인건비로 가게 운영이 힘들어지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도 빚을 내며 겨우 버텼지만 “지금이 그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 박씨는 “돈이 없어 가게 문도 못 닫는 상황이다. 매장 철거비용도 많이 들고 집기를 팔아도 값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가게를 인수할 사람만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상황과 경기 위축이 지속되며 빚에 허덕이는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늘어난 대출을 갚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도 많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재기를 돕는 정부 노력도 배가되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올랐고, 폐업자 수는 91만1000명으로 11만1000명 늘었다.
이들 위기 소상공인 재기지원 강화 방안은 지난 3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 망라됐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수차례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통해 수렴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대책이었다.
대책에서 정부는 고금리에 빚 수렁에 빠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새출발기금을 40조원 이상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기존 30조원 규모에서 최근 신청자가 급증하자 내린 조치다. 채무 조정 대상 기간은 올해 상반기까지 확대한다. 신청 기간도 2025년 10월에서 2026년 12월까지로 1년 이상 늘렸다.
소상공인이 폐업하는 경우에도 정상 상환 중이라면 정책 자금을 일시 상환하지 않고 분납해도 된다. 정부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폐업하는 경우, 사업자 보증을 개인보증으로 전환하는 ‘브릿지 보증’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또한 정부는 폐업으로 인해 사업자 대출을 가계대출로 대환하면서 채무조정을 할 경우 이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 정부 정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빠르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특징이다. 사업을 접은 후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실업자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만6000명이다. 1년 전(2만1000명)과 비교하면 23.1% 급증했다.
대표적인 재기 지원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의 재취업을 돕는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다. 중기부는 기존에 운영하던 희망리턴패키지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취업 마인드셋 중심 프로그램으로 확대·개편할 예정이다.
사업정리를 원하는 소상공인에겐 폐업 초기 단계부터 재취업·재창업까지 신속하게 지원한다. 온라인으로 폐업지원을 신청하면 컨설팅과 법률자문, 채무조정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해 폐업 충격을 최소화하는 중점 내용이다. 점포를 철거할 경우 최대 400만원을 지원하는데, 기존 지원금(250만원)보다 60% 인상한 수준이다.
이밖에 정부는 소상공인의 빠른 재기를 위해 내년 1월부터 정부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최대 6개월간 50만~110만원 수준의 훈련 참여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취업에 성공한 이는 중기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최대 19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중기부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현장을 찾아 의견을 듣고 관계부처와 협업해서 희망리턴패키지를 개편해 한계 소상공인들의 재도전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