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영간판 또 ‘쓴 잔’… 고개 숙이긴 이르다 [파리 2024]

황선우, 자유형 200m 결승행 좌절

준결승서 0.04초 차이로 아쉬운 9위
3년 벼른 도쿄대회 설욕 다음 기회로
결승 진출차 1명 이탈 땐 출전 가능해

銅 딴 김우민과 31일 男계영 800m 출격
황 “자유형 100m 등 남은 경기 집중할 것”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21·강원도청)는 3년 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혜성같이 등장했다. 당시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전체 1위(1분44초62)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선 7번 레인에 배정받았음에도 50m, 100m, 150m에서 세계신기록 페이스로 모두 1위로 통과했다. 다만 초중반 무리한 오버페이스로 마지막 200m 구간에서 뒤로 처져 1분45초26으로 7위로 마무리했다.

최종결과는 7위였지만, 황선우는 3년 전 도쿄에서 단숨에 ‘포스트 박태환‘으로 떠오르며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만 해도 고등학생이라 체격이 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3년간 신체적 성장이 더 진행되고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다면 2024 파리에서는 충분히 메달을 따낼 것으로 예상됐다.

오뚝이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200m 자유형 준결승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파리=뉴스1

이후 3년간 황선우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202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2위(1분44초47), 2023년 일본 후쿠오카 3위(1분44초42), 2024년 도하에선 우승(1분44초75)을 차지하는 등 3년 연속 세계선수권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 수영 선수가 3년 연속 세계선수권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것은 박태환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올해 자유형 200m 기록 순위에서도 황선우는 1분44초75로 다비드 포포비치(1분43초13·루마니아), 루카스 마르텐스(1분44초14·독일), 매슈 리처즈(1분44초69·영국)에 이은 덩컨 스콧(영국)과 더불어 공동 4위였다. 수영전문매체 스윔스왬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 결과를 예측하며 황선우를 동메달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는 황선우에게 3년 전에 이어 또 한 번 잔인했다. 2024 파리에서 자신이 지난 3년간 성장한 것을 증명하려던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준결승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황선우는 2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200 준결승에서 1분45초92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대한민국 수영대표팀 황선우 선수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200m 자유형 준결승 경기에서 역영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준결승에 출전한 16명 중 9위에 그친 황선우는 상위 8명이 받는 결승행 티켓을 놓쳤다. 8위로 결승행 막차를 탄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의 기록은 1분45초88. 황선우와 격차는 불과 0.04초다. 예비 명단에 올라 있지만, 결승에 진출한 8명 중 부상 등으로 경기를 포기하는 선수가 나오는 극적인 상황이 아니면 황선우는 결승에 나설 수 없다.

준결승 이후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황선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런 아쉬운 결과가 나와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면서 “예선 때(1분46초13·전체 4위)나 준결승을 준비하기 전까지는 몸 상태가 괜찮았다. 마지막 50에서 부하가 걸리는 느낌이었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다만 아직 황선우의 파리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황선우는 자유형 400m 동메달리스트 김우민(23·강원도청) 등과 함께 31일 수영 대표팀의 전략 종목인 남자 계영 800m에서 메달 도전에 나선다. 그는 “남자 계영 800와 혼계영 400, 자유형 100 경기가 남아 있으니까 오늘 이 기분을 빨리 떨쳐내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내 수영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파리 올림픽 경기가 더 남았고, 세계선수권 등 다른 메이저 대회도 다가온다. 내 남은 수영 인생을 위한 교훈이 된 레이스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