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티메프 사태’ 5600억 지원, 구영배 큐텐대표 책임 물어야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됐다. 정부는 어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56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담은 대응방안을 내놨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최대 2000억원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협약프로그램으로 3000억원의 유동성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기업의 대출·보증 만기와 종합소득세 납부 기간을 각각 최대 1년·9개월 연장하고 여행사·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소비자들에게 빠른 환불 처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기업의 탐욕이 불러온 이번 사태에 혈세를 투입하는 건 옳지 않지만 입점업체의 줄도산을 막고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고육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럼에도 티몬·위메프가 어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판매사들의 정산 지연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판매대금 미정산액 규모가 최대 1조원 넘게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는 월간이용자 수 860만명, 입점 파트너사는 6만여곳에 달한다. 이번 사태는 싱가포르 소재 큐텐 그룹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과정에서 초래된 유동성 위기가 계열사인 위메프·티몬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작됐다.

 

허술한 법·제도의 보완이 급선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40일 안에 대금을 결제해야 하지만 티몬·위메프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는 판매대금을 유용해도 막을 장치가 없다. 국내 유통업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판매정산 신속화와 고객결제대금의 금융사 예치 등 오프라인 쇼핑 수준의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이번 사태를 부른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한 수사도 시급하다.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판매대금을 ‘돌려막기’하다가 이번 사달이 벌어진 정황이 짙다. 구 대표는 어제 입장문을 내고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사태 수습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고작 입장문 한 장과 사재출연 약속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는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핵심 물류 계열사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에서 사퇴하면서 ‘꼬리 자르기’ 의혹까지 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형사부가 아닌 반부패부가 법리 검토에 나섰다고 한다. 법무부도 어제 구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