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 올림픽 10연패 신화를 일군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 전훈영(30·인천시청)은 많은 기대 속에서 우려도 뒤따랐다. 세 선수 모두 올림픽 경험이 전무해 국제무대에서 긴장감을 쉽사리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에이스’ 임시현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3관왕을 차지했으나, 올림픽은 처음이었다. ‘맏언니’ 전훈영과 ‘막내’ 남수현도 남다른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 서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세 선수는 올림픽 10연패 도전이라는 부담감과 첫 출전이라는 긴장감에도 신궁의 면모를 자랑하며 대업을 달성했다. 결승전 상대가 올해 열린 양궁 월드컵 1, 2차 대회 단체전 결승서 한국에 패배를 안겨 껄끄러웠던 중국이라 금메달이 더 값졌다.
위업에 앞장선 인물은 ‘간판’ 임시현. 지난해 아시안게임서 37년 만의 양궁 3관왕 주인공으로 등극한 임시현은 단숨에 대표팀 에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선수에게 가장 영예로운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어 자만하지 않았다. 임시현은 한국체대 김문정 코치의 지도 아래 활을 놓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고,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당당히 뽑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올림픽 준비도 혹독히 했다. 오후까지 8시간의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밤엔 홀로 개인 훈련을 했다. 지난 25일 진행된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694점)을 작성하며 활시위를 예열했던 임시현은 이날 중국과 결승 슛오프 순간에서도 금메달을 확정 짓는 마지막 화살을 10점으로 장식했다.
남수현과 전훈영의 존재감도 빛났다. 30살의 ‘베테랑’ 전훈영과 남수현은 지난해까지 성인 국제대회 경험이 없었다. 특히 전훈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비운의 선수로 남아 있었다. 2020년 국가대표에 뽑힌 전훈영은 그해 열릴 예정이던 도쿄 올림픽이 1년 미뤄졌고, 이후 월드컵 시리즈도 열리지 않아 출전이 불발됐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5년생 남수현도 국제대회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은 올림픽보다 더 힘들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신궁답게 맹활약하며 10연패에 앞장섰다.
임시현과 함께 결승 슛오프서 10점을 쏜 전훈영은 “10연패를 이루는 데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더 준비하고 훈련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며 “단체전 10연패를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이제 그 목표를 이뤄서 개인전에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것 같다”고 밝혔다. 남수현은 “(금메달이) 굉장히 묵직하다”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선 것만으로 영광이었는데, 언니들과 같이 합을 맞춰 단체전 10연패의 역사를 썼다”고 기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자 양궁 10연패를 축하하며 이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마지막 슛오프 한 발까지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며 지켜봤다”며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세 선수 모두 올림픽 경험은 없었지만 어느 대회보다 어렵다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발전을 뚫고 올라왔다”며 “대한민국 1등이 곧 세계 1등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