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가짜 해리스 영상’ 유포… 美대선, AI에 ‘얼룩’

‘딥페이크’ 선거 악영향 우려 고조

“바이든 노망에 후보” 해리스 패러디
X에 조작 언급 없이 영상 공유 물의
이틀 만에 조회 수 1억2700만회 달해
해리스 캠프 “거짓말 원치 않아” 발끈

가짜뉴스 폭증에 유권자 오판 우려
여론조사 32% “가짜뉴스 늦게 인지”

“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다. 조 바이든이 마침내 토론에서 노망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목소리를 조작한 인공지능(AI) 가짜 영상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했다. 영상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조작된 목소리는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노망 때문이라며 “나는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서 다양성 중시 차원에서 발탁됐다”, “나는 국가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28일(현지시간) 현재 해당 영상 조회 수는 1억2700만회를 넘겼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대선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AI를 활용한 딥페이크(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지 합성) 콘텐츠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머스크는 26일 엑스에 ‘이건 정말 놀랍다’는 설명과 함께 해리스와 관련된 약 1분52초 분량의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최초 게시자가 ‘카멀라 해리스 캠페인 광고 패러디’라는 제목과 함께 게시한 AI 가짜 영상이지만 머스크는 별도 설명 없이 해당 영상만을 퍼날랐다.

 

더구나 해리스 부통령이 2022년 9월 한국 비무장지대(DMZ)를 찾았을 당시 “미국은 북한과 동맹이란 매우 중요한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실수하는 장면도 함께 편집해, 가짜뉴스마저 실제 발언처럼 인식하도록 교묘하게 만들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번 가짜 영상 게시가 의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 대선 캠프의 미야 에렌버그 대변인은 AP통신에 “우리는 미국인들이 해리스 부통령이 제안하는 진정한 자유와 기회, 안보를 원하며,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의 조작된 거짓말을 원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가짜뉴스가 폭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당시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후보 사퇴 요구 중단을 촉구하면서 “트럼프를 과녁의 중심에 넣자”고 말한 것이 회자되며 바이든 대통령이 총격 명령을 내렸다는 가짜뉴스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교체 후보로 지지하자,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미국인이 아니라 인도인’이라거나 ‘해리스는 흑인이 아니다’라는 인신공격용 가짜뉴스가 퍼졌다.

 

터무니없는 가짜뉴스이지만 시청자들이 뉴스로 받아들일 수 있어 대선에서 제대로 판단을 내리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6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2%는 자신이 본 뉴스가 가짜뉴스 또는 부정확한 뉴스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