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부풀고 코피 흘리는데…30대女 손발 묶은 ‘유명 정신과 의사’ 병원

다이어트 중독치료 환자, 복통 호소 후 사망
병원 측 “만성 변비, 장 폐색 의심 어려웠다”
유족, 병원장 등 고소…“약만 먹이고 방치해”
지난 5월27일 새벽 결박된 A씨 모습. 연합뉴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병원 측 과실로 숨졌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9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오전 3시30분쯤 부천의 한 병원에서 여성 환자 A(33)씨가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 시신을 부검한 뒤 “가성 장폐색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해당 병원은 유명 정신과 의사 B씨 형제가 운영 중인 곳으로, A씨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A씨는 입원 후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간헐적인 복부 통증을 보였고 사망 전날에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족은 “병원 측이 건강 상태가 나빠진 A씨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지난달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B씨 등 의료진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후 병원 측으로부터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와 진료 기록 등을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1인 격리실(안정실)에 입원한 A씨가 배를 움켜쥐며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담겼다. 밤늦게까지 문을 두드리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 등이 안정제를 먹인 뒤 A씨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었다. 2시간 뒤 A씨는 배가 부푼 채로 코피를 흘리다가 결박 상태에서 벗어났으나 병원 관계자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병실에서 나갔다. 이후 A씨는 의식을 잃고 끝내 숨졌다.

 

유족 측은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지 17일 만에 사망했다. 입원 당시와 비교할 때 환자의 배가 심하게 부풀었는데도 병원 소속 내과 의사의 진료는 물론 다른 병원 치료 권유도 받지 못했다. 그 시간까지 1인실에서 묶어 놓고 약만 먹였다”며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이라 믿고 동생을 맡겼지만, 미흡한 조치 속에 억울하게 숨졌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A씨가 만성 변비 환자였고, 지속적으로 복통 호소를 한 게 아니어서 장 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사고 당일 대응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CCTV에는 병원 측의 응급조치 장면도 담겼는데, A씨가 의식을 잃자 직원들은 맥박을 재고 손발을 주무르다 5분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그래도 환자가 계속 의식을 찾지 못하자 20분쯤 지나서야 제세동기를 썼다.

 

경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각각 조사한 뒤 의료 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병원 측 행위가 A씨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