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6강 고비 못 넘은 펜싱 윤지수 "패자는 말이 없어야죠"

"뭐든 이겨내고 결과로 보여줬어야 하는데…."

두 번째 올림픽 개인전 도전에서도 16강을 넘지 못한 윤지수(서울특별시청)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의 간판인 윤지수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인전 16강에서 마농 아피티(프랑스)에게 9-15로 져 탈락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개인전에서 16강을 넘지 못했다.

과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였던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의 딸로도 유명한 윤지수는 도쿄 올림픽 때 한국 여자 사브르의 첫 단체전 동메달에 힘을 보태는 등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에 이은 대표주자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에이스' 존재감을 키운 그는 이번 올림픽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기대했으나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 16강전 패배 때 상대였던 자이나브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를 이날은 첫 경기 32강전에서 만나 15-11로 꺾어 어느 때보다 기세가 올랐기에 16강전 패배가 더욱 아쉬웠다.

16강전을 마치고 연합뉴스와 만난 윤지수는 "상대가 홈 경기를 치른 데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제 공격을 거의 저지했다"면서 "저도 침착하게 한다고 했는데, 저보다 더 침착했다. 괜히 올림픽 메달리스트(도쿄 동메달)가 아니더라"고 곱씹었다.

붉은 눈시울로 "아름다운 마무리가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쉰 그는 "후회는 없지만, 이번 대회까지 오면서 많이 힘들었다. 지난 두 번의 올림픽과 다르게 외롭고 서러운 일도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김)지연 언니가 가장 생각이 난다. 언니라는 버팀목이 너무 컸다"면서 "올림픽을 준비하며 그런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오래 막내 생활을 한 윤지수는 지난해 절친한 선배인 김지연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는 '맏언니' 노릇을 하고 있다.

윤지수는 "제가 지연 언니가 있었을 때 성장했듯 동생들이 저를 보며 커 왔기에 제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마음이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런 것조차 이겨내야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하고, 어떤 일이든 이겨내고 결과로 보여줬어야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윤지수는 8월 3일 후배들과 2회 연속 올림픽 단체전 입상 도전을 이어간다.

그는 "색깔에 관계 없이 메달을 따는 것 자체로 영광스러울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의 패기가 좋은 만큼 함께 힘을 내 보겠다"고 다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