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 스스로 의심을 많이 했어요."
생애 첫 올림픽에서 드라마를 쓰며 개인전 4강까지 진입했으나 '단 1점' 차로 메달을 놓친 최세빈(전남도청)의 자책이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제가 불안해서 잘 풀어나가지 못해 메달에 닿지 못한 것 같다"고 자평한 그는 "올림픽 전에도 언니들은 다 '괜찮다, 좋다'고 하는데 저는 스스로를 의심했다. 제가 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173㎝의 장신으로 어릴 땐 무용을 하기도 했다는 최세빈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쌍둥이 언니인 최수빈(익산시청)과 함께 펜싱을 시작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으나 펜싱에 유리하게 하고자 왼손잡이로 바꿨을 정도로 의지력이 남다른 최세빈은 강한 멘털이 장점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 정신력을 발휘해 깊은 인상을 남긴 이번 대회는 '의심'을 거두고 전성기를 여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최세빈은 "올림픽에서 4등을 한 선수는 안쓰럽고 불행할 것 같았는데,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상위 랭커들과 맞붙어 본 것도 좋았다"면서 "남자 사브르 오상욱 선수가 파이널 피스트에 선 것을 보고 저도 서면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이어리에 그 바람을 적었는데, 이뤄진 것도 좋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4년 뒤에 다시 올림픽에 나온다면 그땐 의심하지 않고, 내가 나를 믿고 했으면 좋겠다"면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저를 믿으면서 경기를 운영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세빈은 다음 달 3일 윤지수(서울특별시청), 전하영,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와 단체전 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뭉치면 더 강하다. 준비를 많이 했으니 동료들을 믿고 합심해서 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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