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개농장에 세운 ‘무허가 보호소’… 법원 “동물보호 중요하지만 철거대상”

무허가 개농장을 넘겨받아 그 자리에 ‘무허가 보호소’를 세웠다면 철거 대상이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1심과 달리 2심은 “동물 보호가 중요하지만 법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봤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와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이 인천 계양구청장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취소 등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고법. 뉴스1

박 전 대표 등은 2020년 7월 인천 계양구 개발제한구역에 있는 무허가 개사육장과 개 280여마리를 넘겨받았다. 소유주가 ‘육견사업 포기 위로금’을 받고 개들을 입양 보내거나 보호조치하는데 협조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원고들은 개사육장에 있던 뜬장은 제거하고 펜스와 비닐하우스 등을 만들어 유기견 동물보호소로 운영했다.

 

계양구는 그러나 보호소가 무단으로 토지 형질을 변경하고 공작물을 설치한 것이라 보고 같은 해 12월 보호소 철거 명령을 내렸다. 이듬해 2월에는 배출시설 설치가 금지된 장소에 배출시설을 설치한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사용중지 명령도 내렸다.

 

박 전 대표와 시민모임은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고 1심은 원고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호소 운영을 개발제한구역법 위반으로 보더라도 구청의 처분은 동물보호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호소가 운영돼 가혹한 학대를 당하던 육견이 생명 보호와 안전 보장 기회를 누리게 됐고, 유기견들의 무질서한 야생화나 인근 주민의 피해도 막을 수 있었던 반면 토지 훼손 정도는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심은 “동물 보호를 위한 사회적 활동이라 해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원고가 관청 허가 없이 개발제한구역에 펜스와 비닐하우스를 신축해 보호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굴삭기 등으로 땅을 깎고 흙을 쌓았으며, 가축의 분뇨를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개발제한구역법과 가축분뇨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시민모임이 무단으로 보호소를 운영해 상당한 소음과 악취 등이 발생하고 많은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동물 보호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으나, 개발제한구역과 가축분뇨의 적정한 유지와 관리 역시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