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 9월 개최 검토… 이번엔 빠른 후속 조치?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동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일본이 약속한 조치사항 중 하나인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 개최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강제노역’이란 표현보다 ‘이행 조치’에 초점을 맞췄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대로 후속 조치를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이 약속한 조치 사항을 이행하는 것으로 강제노역 관련 본질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내부에 지난 28일 모형이 설치돼 있다. 사도 광산 내부는 에도시대 흔적이 남은 '소다유코'와 근현대 유산인 '도유코'로 나뉜다. 사진은 소다유코 모습. 연합뉴스

3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오는 9월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7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안건이 심사된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또 추도식에 중앙·지방정부 관계자 참석을 약속했다.

 

추도식 개최 장소로는 사도광산의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공간이 마련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인근 사찰 '소겐지'(總源寺) 등 몇몇 곳이 검토되고 있다.

 

향토박물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 사찰에는 조선인 노동자를 포함한 광산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공양탑이 있다. 그동안 민간단체 주도로 소규모 추도식이 사찰에서 개최됐다.

 

핵심적인 강제노동 현장인 조선인 기숙사 터도 추도식 후보지 중 한 곳이다. 일본 정부는 기숙사 터에 해당 장소가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된 곳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기로 한 상태다.

 

기숙사 터는 향토박물관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일본 정부는 이밖에 향토박물관 주변 공간이나 사도섬 내 다른 광장 등도 추도식 장소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의 한 건물에 지난 28일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주변 박물관에 조선인 노동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고 매년 노동자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이후 한·일 양국에서는 ‘강제노역’ 명시 등을 두고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거나 정치적 논쟁화 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우익 성향 매체인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28일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전시는 불필요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강제노동은 사실이 아니다”, “등재 과정에서 (양국 정부의 합의에) 화근이 될 만한 결정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윤석열정부가 애초에 협상 과정에서 강제노역 관련 사항을 아예 언급하지도 않은 채 굴욕적인 합의를 해줬다는 일각의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번 사도광산 관련 협상에 2015년 군함도 등재 당시 강제노역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던 일본 대표의 언급이 포괄되므로, 다시 이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7일 “(강제노역 관련) 표현만 안 했을뿐 과거 약속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표현을 가지고 협상력을 허비하기보다 (강제노역 사실은) 우리가 이미 챙겨놓은 것이기에 다시 한번 컨펌(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고, 더 나은 이행 조치를 챙긴 또 하나의 결과물에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도광산 협상에서 강제노역을 언급하지 않은 ‘같은 사실’에 대해 양국에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나오는 부분인 만큼 한동안 이를 둘러싼 소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