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 실제 여행비, 일본이 제주도 2.2배

1.3배 정도면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 10명 중 8명 ‘가능하다’
제주도 비싸다는 선입견과 부정적 뉴스 탓
컨슈머인사이트, 제주도·일본 여행 비용 인식 비교
엔화 강세 다시 900원대…비용 더 늘듯

제주도 가느니 차라리 일본 간다? 여행 비용을 비교했더니 일본이 제주도보다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엔 환율이 약 3개월 만에 다시 900원선을 오르내리며 강세를 보이고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7월 2, 3주차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와 병행한 옴니버스 서베이로 제주도와 일본 여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묻고 그 결과를 비교했다.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속설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을 넘었다. 평균적으로 제주도 여행비에 30% 정도만 보태면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현실에서 지출한 여행비는 일본이 제주의 2배 이상임을 감안하면 제주여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왜곡은 심각하다.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을 88%가 들어본 적 있고, 83%가 가능하다고 봤으며, 70%는 공감하고 있었다. ‘들어본 적 없다’, ‘불가능하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각각 3%, 9%, 8%에 그쳤다. 대다수가 알고 있고, 실제 가능할 것으로 믿고, 취지에 공감할 만큼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은 보편적 통념으로 자리잡았다.

 

◆제주도 안 가본 사람이 여행비 더 들 것으로 예상

 

3박4일 일정의 여행비용을 예상해 보게 한 결과 제주도가 86만원, 일본은 110만원으로 일본이 1.3배였다. 그러나 실제 일본 여행비는 제주도의 2.2배에 달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 조사’에서 작년(1~10월) 두 지역 여행자의 평균 지출액은 제주도 52만8000원, 일본 113만6000원으로 2.15배였다.

 

실제 여행비와 비교한 예상 여행비는 일본은 0.97배(-3만4000원)로 거의 일치했으나, 제주도는 1.63배 (+33만2000원)나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즉, 제주도 여행비를 불합리하게 크게 예상하며 일본과 별 차이 없다고 오인하고 있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제주도 여행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 더 심했다. 응답자 중 지난 1년 이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은 여행비로 78만8000원을, 과거 한 번이라도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은 84만6000원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은 93만5000원을 예상했다. 즉,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일본과 제주도 비용에 차이가 없고’, ‘그 돈이면 일본 가는 것이 낫다’는 괴담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 예상금액은 각각 114만원, 110만4000원, 109만9000원으로 방문 경험에 따라 차이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 최근 가 본 사람일수록 조금씩 더 들 것으로 예상한 점도 제주와 달랐다.

 

여행지 물가와 서비스에 대한 논란은 다반사지만 제주도는 유독 심하다. 최근 몇 달만 해도 ‘비계 삼겹살’ 등 다양한 사례가 매스컴을 달구며 여행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이는 일본여행 붐과 맞물려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비논리적인 뇌피셜이 정설인 양 자리잡 게 했으며, ‘그 돈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상식적 판단을 한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안 되는(9%) 결과를 낳았다.

 

보고서는 “‘제주도는 비싸다’는 오래된 선입견과 부정적인 뉴스의 확대 재생산이 만든 합작품이며 제주도에 안 가본 사람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이런 비상식적인 인식의 폭이 넓고 뿌리 깊다는 점에서 단기간의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인데다 항공사들이 국내선 항공편수를 줄이면서 항공료가 오르다보니 제주 여행이 고비용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라며 “동남아도 숙박·식음 물가와 골프 비용이 많이 올라 제주 여행비용보다 결코 싸지 않다”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올 들어 29일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관광객은 687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53만여명)감소했다. 반면, 외국인은 107만여명으로 259.8%(77만여명) 증가했다.

 

관광객 총계는 795만여명으로, 3.1%(24만여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