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1조에 유동자산 겨우 2000억원… 티메프, 회생절차 의미 있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티몬·위메프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한 가운데 모기업인 큐텐과 구영배 큐텐 대표의 자구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부채가 유동자산의 6배로, 1조원에 가까운 만큼 회생절차가 의미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티메프의 회생 신청을 회생2부(법원장 안병욱)에 배당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뉴시스

법원은 이번주 안에 대표자 심문 등을 거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 1개월 안에 결정이 내려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 회사가 자율 구조조정(ABS)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면서 개시 결정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ABS는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ABS에 들어가면, 법인이 채권자와 협의하며 최장 3개월까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티메프가 회생절차와 ABS를 추진하는 것은 이른바 ‘시간끌기’에 가깝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뉴시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4년 가까이 위메프는 자본 잠식 상태에 있었고 티몬도 부채비율이 100%가 넘어가는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됐다”면서 “고객을 더 유치하거나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할인을 계속하다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 기준상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티몬이 1310억원(2022년 기준), 위메프 617억원(지난해 기준)으로 2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두 회사의 유동부채는 각각 7193억원, 3098억원으로 거의 1조원에 육박한다. 

 

직접 물건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업무 특성상 시간을 더 주더라도 처분할 만한 비유동 자산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모회사인 큐텐이 대출을 해주거나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대표가 사재를 터는 것 외에는 돈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구 대표는 큐텐의 지분 42.8%와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이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 규모이고, 텐 지분을 모두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로 티메프의 모기업 큐텐의 신용도 역시 무너진 상황이라 지분의 가치가 얼마나 급락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유통업체가 티메프를 인수해 채무를 갚아주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 업황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 상황이라 당장 인수 기업을 찾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