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문이 열렸다. 나는 창밖으로 목을 길게 빼 맞은편을 살폈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내려다보이는 건물 꼭대기층, 틀림없이 그 집이었다. 누가 사는지 어떤 집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지난 몇 달간 그 집 창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겨울 그 집에는 불이 났었다. 불길이 번지거나 창문이 터져나갈 정도의 큰 불은 아니었지만 닫힌 창틈으로 집요하게, 꽤 오랫동안 연기가 솟구칠 정도였으니 피해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나는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 연기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태평하게도 군고구마를 해먹으려다 태운 모양이라고, 이제 곧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구마 몇 개 태웠다고 저렇게까지 온 창문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나? 왜 인기척이 없지? 휴대전화 카메라로 확대해 검은 연기를 확인한 다음에야 나는 119를 눌렀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건물 옥상에 나타났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연기가 솟는 집을 살피는가 싶더니 또 금세 그 집 앞 복도에 나타났다. 소화전에서 호스를 끄집어내는 소방대원의 모습을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연기가 더 짙고 선명해진 듯해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손바닥만 하게 보이는 창문에서 뭔가가 버둥대는 모습을 말이다. 빗살창에 매달려 창문 꼭대기로 기어오르려 하는 건 다름 아닌 잿빛 고양이였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방충망이 바깥쪽으로 불룩하게 늘어졌다. 몇 번만 더 버둥대면 방충망째 뜯겨 까마득한 아래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나는 다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안내방송에 나오는 그 출동현장 말인데요. 방충망에 끼어 있는 고양이도 구해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원의 팔이 창 쪽으로 튀어나왔다. 좁은 공간인지 불편한 각도로 뻗은 팔이 기겁해 도망치려는 고양이를 착실히 잡아 안쪽으로 사라졌다. 모든 게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안보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