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세계 랭킹 24위로 올림픽에 첫 출전한 최세빈(23·전남도청)은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얻은 게 많다’는 소회를 남겼다. ‘종이 한 장 차이’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는 것.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무대에서 준결승까지 오른 끝에 4위의 성적을 냈다. 개인전에 출전한 세 명의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았지만, 최세빈은 상위 랭커들을 차례차례 격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32강에서 세계랭킹 21위 타티아나 나즐리모프(미국)를 만난 최세빈은 12-14로 벼랑까지 내몰렸지만 내리 3점을 따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16강에선 일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세계랭킹 1위 에무라 미사키를 15-7로 격파했다. 이후 8강에서 대표팀 동료이자 세계랭킹 13위인 전하영(서울시청)을 만나 1-8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썼다.
돌풍은 메달 바로 앞에서 멈췄다. 세계랭킹 5위이자 개최국 프랑스 선수인 마농 아피티-브뤼네를 만나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도 근소한 격차를 유지했지만, 12-15로 석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선 세계랭킹 6위인 베테랑 올가 카를란(우크라이나)과 만나 한때 11-5까지 앞섰지만, 결국 14-15로 1점 차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 최세빈은 “내가 나를 더 믿었어야 했다”는 자평을 남겼다. 자신을 의심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는 말했다.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 최세빈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도 제가 불안해서 잘 풀어나가지 못해 메달에 닿지 못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에서 4등을 한 선수는 안쓰럽고 불행할 것 같았는데, 막상 4등을 하니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랭커들과 겨뤄본 적이 많이 없었다”며 “제가 어떤 게 더 부족한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최세빈은 “펜싱 랭킹이든 뭐든 다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주변에서) 말씀해 주시기도 한다. 진짜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이번에 더 많이 느꼈다”며 종이 한 장 차이를 극복할 경험을 얻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다음달 3일 단체전을 앞두고 있는 그는 “한국 선수들은 뭉치면 더 강하다. 준비를 많이 했으니 동료들을 믿고 합심해서 해 보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