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와인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 딸 칠레 와인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2004년 베를린서 ‘칠레판 파리의 심판’ 베를린 테이스팅 열려/와인전문가 블라인드 심사 결과 세냐·비녜도 채드윅·돈 막시미아노 등 칠레 와인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제쳐/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기념 방한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 인터뷰 “진화는 계속 됩니다”  

한국을 찾은 채드윅 회장과 브랜드 총괄매니저를 맡은 딸 알레한드라. 최현태 기자

세냐(Seña), 비녜도 채드윅(Viñedo Chadwick), 돈 막시미아노(Don Maximiano) .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 와인종목이 있다면 이 세 와인은 의심할 여지없이 칠레 국가대표로 출전해 메달을 따리라 확신한다. 와인을 좀 마신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명실상부한 칠레 톱와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 와인을 모두 같은 와이너리에서 생산한다. 칠레 최초로 프리미엄 와인 역사를 써내려가는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Viñedos Familia Chadwick)이다.

왼쪽부터 비녜도 채드윅, 세냐. 돈 막시미아노

 사실 ‘와인 올림픽’은 이미 2004년부터 시작됐다. 바로 ‘베를린 테이스팅’이다. 세 와인은 블라인드 심사에서 난다 긴다 하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와인 등을 모두 제쳐 세계 와인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와인의 변방이던 칠레 와인은 어떻게 세계적으로 쟁쟁한 와인들과 경쟁해 금메달을 따냈을까.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에두아르도 채드윅 (Eduardo Chadwick·65) 회장과 브랜드 총괄매니저를 맡고 있는 딸 알레한드라(Alejandra) 함께 칠레 와인과 떼루아의 잠재력을 일깨운 경이로운 여정을 따라간다.

세계일보 마이라이프 지면.
파리의 심판 현장.

◆칠레판 ‘파리의 심판’ 베를린 테이스팅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인과 프랑스 ‘5대 샤토’인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 등 프랑스 와인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맞붙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예상과 전혀 달리 나파밸리 와인은 화이트와 레드에서 모두 1위를 휩쓴다. 당시만 해도 나파밸리는 그저 그런 싸구려 테이블 와인이나 만드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절이고 고급와인의 기준은 프랑스였기에 대회 결과는 프랑스 와인업계는 물론, 전세계 와인업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는 다음날 타임(TIME)에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란 제목으로 실렸고 지금도 ‘나파밸리 와인의 전설’로 회자된다.

베를린 테이스팅 현장.
베를린 테이스팅 현장 채드윅 회장(가운데)

나파밸리에 파리의 심판이 있다면 칠레에는 ‘베를린 테이스팅’이 있다. 2004년 1월 23일 베를린 리츠칼튼 호텔에서 유럽 최고의 와인 전문가와 영향력 있는 평론가 36명이 채드윅 와인과 샤토 마고 등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이탈리아 슈퍼투스칸 솔라이아 등을 블라인드로 심사했다. 결과는 놀랍다. 1, 2위를 비네도 채드윅 2000과 세냐 2001이 차지했고 샤토 라피드 로췰드 2000은 3위로 밀렸다. 또 세냐 2000은 샤토 마고 2001과 공동 4위에 올랐다.

베를린 테이스팅 심사 와인.
베를린 테이스팅 심사결과.
한국을 찾은 채드윅 회장. 최현태 기자

“칠레 와인은 1980년대 들어서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을 시작했어요. 이에 우리도 국제시장 공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죠. 그런데 너무 부끄러웠어요. 세계시장에서 칠레 와인은 유명한 와인평론가인 로버트 파커 점수가 아예 없을 정도로 외면당했기 때문이에요. 그때만 해도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선 파커 점수 없이는 고급 와인 판매가 거의 불가능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파커는 칠레에 한번도 오지 않았고 어쩌다 점수를 줘도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칠레 와인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 베를린 테이스팅을 기획했답니다.”

세냐. 최현태 기자

하지만 주변의 와인 전문가들조차 위험한 일이라며 뜯어 말릴 정도로 그의 시도는 매우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그가 “대회를 앞두고 죽을 만큼 무서웠다”고 회고할 정도다. 채드윅 회장 자신도 가문이 5대째 150년 넘게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와인들과 겨뤄 좋은 평가를 받을지 확신은 없었다. 그저 톱 5안에 하나 정도만 들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파리의 심판을 주최했던 최고의 와인 평론가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와 유명한 독일어권 와인 평론가인 르네 가브리엘(Rene Gabriel)이 베를린 테이스팅을 주도면밀하게 기획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베를린 테이스팅 10년 여정.
베를린 테이스팅 10년 여정.

◆베를린에서 세계로

 

자신감을 얻은 채드윅 회장은 이후 10년 동안 베를린을 포함해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취리히, 토론토 등에서 21차례 테이스팅 대회를 더 열었고 17개국 와인 전문가 1400여명에 와인을 평가받았다. 이중 베를린 포함, 9개 대회에서 채드윅 와인이 우승을 차지했고 돈 막시미아노는 무려 5차레나 1위에 올랐다. 또 3위안에 채드윅 와인이 20차례 들면서 칠레 프리미엄 와인 수준을 전세계에 알렸다.

2013년 베를린 테이스팅 서울 현장.

이 행사는 한국에서도 2008년과 2013년 두차례 열렸고 2013년 대회때는 돈 막시미아노 2009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평론가들이 채드윅 와인의 숙성잠재력에 의문을 품었다. 이에 올드빈티지로 세냐와 보르도 1등급 와인의 맞대결을 진행했다. 2011년 10월 홍콩에서 세냐 1995 등 여러 빈티지와 프랑스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같은 빈티지 와인들을 블라인드로 평가했는데 1∼5위를 모두 세냐가 휩쓸었다. 이 행사는 서울, 런던, 상하이 등 10개 도시에 열렸고 모두 세냐가 1위에 등극했다.

와이너리 설립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
아콩카구아 밸리.

에라주리즈 가문은 ‘칠레의 케네디가’로 불린다. 대통령 4명과 대주교 2명을 배출할 정도로 칠레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채드윅 회장의 성공으로 ‘칠레 와인 대통령’이란 타이틀도 더해졌다. 와이너리 역사는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Don Maximiano Errazuriz)가 1870년 칠레 중북부 해발 6966m 아콩카구아 산맥 아래 밸리에 비냐 에라주리즈(Vina Errazuriz)를 설립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1909년 영국에서 이주해 칠레에 정착한 채드윅 가문의 알레한드로(Alejandro) 결혼했고 와인 사업은 5대째인 채드윅 회장의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 그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콩카구아 밸리 위치.
채드윅과 부친 알폰소.

하지만 그는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와인과 거리가 멀었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1983년 기회가 찾아왔다. 공산주의정권과 군사정권에 뺏겼던 와이너리를 가문이 극적으로 되찾았고 부친의 요청으로 와이너리에 합류했다. 그는 1993년 회장을 맡으면서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칠레 최초 프리미엄 와인 돈 막시미아노(1993년)에 이어 세냐(1995년), 비녜도 채드윅(1999년)을 잇달아 선보였는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저명한 와인전문지 디캔터는 그를 2018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아콩카구아 밸리 전경.

이런 역사를 보면 채드윅 와인이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우승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조가 칠레에서 가장 뛰어난 떼루아를 선택했고 후손들이 오랜 시간 양조기술을 발전시키며 내공을 다진 결과다. “돈 막시미아노가 와이너리를 세울 당시만 해도 프랑스 이민자들과 칠레 1세대 와인 생산자들은 산티아고 부근의 아주 더운 기후를 띠는 마이포 밸리에 집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돈 막시미아노는 안데스 산맥의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서늘한 기후의 아콩카구아 밸리가 와인 산지로 천혜의 조건을 지닌 사실을 간파하고 이곳에 와이너리를 설립했는데 후대에게 ‘신의 한수’가 된 셈이죠.”

세냐.  최현태 기자

◆칠레 와인 최초 100점 와인 탄생

 

채드윅 회장이 ‘진화’에 주력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떼루아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포도밭 개발, 유럽 스타일 양조 방식 도입, 양조 장비 최첨단화 등 하나부터 열까지 통째로 바꿨다. “진화는 다양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죠. 파인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한 뒤 전반적인 진화가 진행됐습니다. 첫 번째는 최고의 포도밭 개발입니다. 하나의 계곡에서도 서로 다른 떼루아가 존재하는데 그 특성을 고려해서 다양한 포도밭을 발굴했죠. 아콩카구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이너리 초창기 트렌드는 헤비소일이었는데 여기서 벗어나 해발고도가 높은 구릉지의 척박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록키 소일을 많이 찾아냈답니다.”

 

포도재배와 양조에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이들로 팀을 구성한 것도 진화의 요인이다. “사실 1970년대 칠레 와이너리들은 잼처럼 너무 짙은 풍미에 알코올도수가 높은 기존의 아주 올드한 양조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었어요. 1960년대의 나파밸리나 1950년대의 보르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여러 와인산지에서 혁신적인 와이메이커들이 등장하면서 양조 스타일이 발전한 것처럼 칠레도 1980년대 처음으로 와인을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그때 우리의 포도재배전문가팀과 와인양조전문가팀들을 모두 해외연수 보냈습니다. 보르도, 토스카나, 나파밸리 등 와이너리와 미국 UC데이비스 등 유명한 양조대학으로 보내서 그들이 지닌 노하우를 직접 가져왔어요. 이를 통해 거의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최고 수준의 아이콘 와인을 만드는데 집중했고 모든 양조 장비도 최첨단화했습니다. 이처럼 장비와 와인을 만드는 식구들의 마인드가 하나도 빠짐없이 연결되면서 칠레 와인이 진화를 향해 큰 걸음을 뗐습니다.”

채드윅 회장(왼쪽)과 로버트 몬다비.

진화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작품이 1995년 ‘미국 와인의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의기투합해 만든 칠레 최초의 국제 합작와인 세냐다. 몬다비는 1979년 보르도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를 빚는 바론 필립 드 로칠드와 합작해 명작 오퍼스 원(Opus One)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오퍼스 원에 영감을 받아 몬다비를 칠레로 초대했고 4년동안 아콩카구아 밸리를 샅샅이 뒤진 끝에 최고의 포도밭 오코아(Ocoa)를 찾아내 드디어 세냐가 탄생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에 칠레의 떼루아가 담긴 세냐는 칠레 말로 ‘시그널(Signal)’이란 뜻이에요. 칠레 와인의 잠재력을 전세계에 선보이는 신호탄이라는 의미랍니다. 실제 세냐를 계기로 칠레의 다른 울트라 프리미엄 와인들이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했기에 세냐는 칠레 와인 역사에서 큰 이정표를 남긴 것으로 평가됩니다.”

세냐(오른쪽)와 돈 막시미아노.    최현태 기자

세냐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쁘띠베르로, 까르미네르, 카베르네프랑, 말벡, 메를로 등을 섞는 보르도 블렌딩이다. 해마다 품종이 바뀌지만 절대 빠지지 않은 품종이 하나있다. ‘칠레의 영혼’으로 불리는 까르미네르다. 칠레의 토착품종처럼 여겨지는 까르미네를 사용하면서도 보르도 1등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칠레 떼루아의 잠재력을 세상에 알린 와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네도 채드윅.   최현태 기자

채드윅의 성공은 1999년 비녜도 채드윅 출시로 이어진다.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1위에 오른 이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2014 빈티지에 100점 만점을 부여하면 다시 세계 와인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다. 칠레 와인 최초로 100점 만점 와인이 탄생한 순간이다. 제임스 서클링은 2017 빈티지에도 100점을 줬다. 이 와인은 채드윅이 칠레 와인산업 현대화를 주도한 부친 돈 알폰소(Don Alfonso)에 헌정하는 와인. 폴로 선수였던 부친이 폴로 경기장으로 사용하던 마이포밸리 푸엔테 알토(Puente Alto)의 땅이 카베르네 소비뇽에 최적화된 토양이란 사실을 간파하고 부친을 설득했고 포도밭으로 바꿔 또 다른 명작을 만들어 냈다.

돈 막시미아노.  최현태 기자
에밀 뻬노와 채드윅 회장.

22차례 테이스팅에서 다섯차례나 우승한 돈 막시미아노는 와이너리 설립자에게 바치는 와인으로 아콩카구아 밸리의 포도로 빚는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현대 와인 양조학의 아버지’ 에밀 뻬노(Emile Peynod) 교수에게 양조학을 전수받은 채드윅 회장이 1983년 와이너리에 합류한 뒤 그해 첫 빈티지를 선보인 칠레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이다. 처음에는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빚다가 최근에는 말벡, 카르미네르, 쁘띠 베르도 등을 블렌딩하고 있다. 정밀한 블록으로 나눈 포도밭중 5~25도의 이상적인 경사도와 해를 하루 종일 받는 북쪽과 북동쪽의 가장 뛰어난 포도밭 Max 1, Max2, Max5 세 곳의 포도로만 빚는다.

돈 막시미아노 아이콘 와이너리 전경.
채드윅 회장.   최현태 기자

◆진화는 계속된다

 

채드윅 와인은 최근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버트 파커와 팀 앳킨(Tim Atki)이 지난해 시장에 선보인 비녜도 채드윅 2021 빈티지에게 둘 다 100점 만점을 매겼을 정도다. 또 제임스 서클링은 비녜도 채드윅 2022년과 세냐 2022년에 모두 98점을 부여했다. 내일 베를린 테이스팅을 다시 한다면 채드윅 회장은 다시 이길 자신이 있을까. “다른 와인들보다 우리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테이스팅의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와인은 ‘누가 누구보다 낫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서 토스카나, 보르도, 나파밸리 등 좋아하는 와인이 다를 수가 있는 거죠. 따라서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제 와인이 다른 유명 와인을 이겼다기보다는 샤토 마고, 샤토 라필드 로칠드, 사시카이아 등 전 세계 톱 클래스 와인들 사이에서 견줄만하고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겁니다."

채드윅 회장.  최현태 기자

 채드윅 회장은 이처럼 베를린 테이스팅 결과 자신의 와인이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두면서 자신감은 넘친다.  "베를린 테이스팅 이후에도 10년 이상 다른 빈티지를 통해 일관성 있게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이미 입증했어요. 따라서 만약 내일 베를린 테이스팅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포도밭이 스무해를 넘기면서 훨씬 더 집중도가 높은 포도가 생산돼 품질은 20년전보다 더 진화했다고 자평합니다. 베를린 테이스팅이 내일 열려서 저희가 다시 우승을 한다면 그건 운명이 저희에게 주는 선물 정도로 생각해요. 달에 최초로 착륙한 닐 암스트롱만 기억하는 것처럼 물론 1등하면 와인 비평가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파워풀한 지위도 얻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보다 제 와인이 파인 와인 범주에 잘 안착됐다고 평가받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버티컬 시음행사.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버티컬 시음 와인.

그의 자신감은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와인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행된 버디컬 테이스팅에서도 확인됐다. 돈 막시미아노, 세냐, 비녜도 채드윅, 카이(Kai)를 1984년에서 2021년까지 내놓았는데 20년 가량 숙성되면서 폭발적인 맛과 향을 지닌 와인으로 진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카이는 까르미네르의 잠재력을 깨운 와인이다. 돈 막시미아노, 카이는 모두 아영FBC에서 수입하며 비녜도 채드윅과 세냐는 오픈마켓이다.

채드윅 회장과 딸 알레한드라.   최현태 기자
아르볼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아르볼레다(Arboleda)도 채드윅 와인으로 에노테카코리아가 수입한다. 아르볼레다는 아콩카구아 밸리의 고유한 떼루아를 그대로 담기위해 1999년 시작한 단일 품종 프로젝트로 탄생한 와인으로 뛰어난 가성비가 돋보인다. 소비뇽블랑, 샤르도네, 피노누아, 까르미네르,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로 빚는다. 제임스 서클링이 2022년 선정한 100대 밸류 와인중 29위에 올랐고 모든 와인이 평점 90점 이상을 기록했다. 아르볼레다의 프리미엄 와인 브리자(Brisa)는 지중해성 기후를 띠고 태평양의 한류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아콩카구아 밸리의 라스 베르티엔테스(Las Vertientes) 빈야드에서 생산된다. 섬세함과 우아함을 두루 갖춰 비슷한 가격대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 피자라스 샤르도네.

채드윅 회장의 진화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품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가운 홈볼트 해류가 흐르는 바다와 가까운 아콩카구아 코스타에서 프랑스 부르고뉴 그랑크뤼와 거의 비슷한 떼루아를 찾아냈고 2014년부터 라스 피자라스(Las Pizarras)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내놓았다. 이제 그의 진화는 2차 병발효와 숙성을 하는 샴페인 방식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에 도달했다.

채드윅 회장.   최현태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스파클링 와인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를 예견하고 이미 8년전에 스파클링 프로젝트에 돌입했어요. 돔 페리뇽과 비슷한 5년 병숙성을 거쳐 지난해 세계 시장에 첫선을 보였고 한국 시장에도 곧 공급이 될 겁니다.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 봤는데 세냐, 돈 막시미아노, 비녜도 채드윅은 한우와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카이는 직화 제육볶음, 샤르도네는 해산물과 궁합이 좋아요. 스파클링 와인은 기름기 졸졸 흐르는 삼겹살과 매칭이 아주 잘 될 것 같네요. 한국 소비자들도 꼭 한 번 즐겨 보세요. 채드윅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에라주리즈 회장은

 

●1959년 칠레 산티아고 출생 ●칠레 가톨릭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비냐 에라주리즈 합류(1983년)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 회장(1993년∼) ●로버트 몬다비와 칠레 최초 국제 합작 와인 세냐 출시(1995년) ●비녜도 채드윅 출시(1999년) ●비녜도 채드윅 2014 칠레 와인 최초 제임스 서클링 100점 획득 ●로버트 파커 와인 애드보케이트 ‘칠레 최고 와이너리’ 선정(2017년) ●와인전문지 디캔터 ‘올해의 인물’ 선정 명예의 전당 헌액(2018년) ●세냐 2001 로버트 파커 100점 획득 ●베를린 테이스팅 개최(2004년) ●세냐 제임스 서클링 100점 획득(2015·2018·2021 빈티지) ●칠레 정부 국가 이미지 기여 훈장(2010년)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