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복싱의 희망 임애지(25·화순군청)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복싱 여자 54kg급 16강전에서 브라질 선수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며 8강 진출에 성공한 임애지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라는 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임애지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54kg급 16강전에서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브라질)를 상대로 4-1 판정승을 거두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경기로 한국 복싱은 8년 만의 올림픽 승리를 맛봤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함상명이 32강전 승리를 거둔 이후 처음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임애지와 오연지 두 명이 출전했으나 둘 다 첫 경기에서 탈락했다.
한국 복싱의 마지막 올림픽 메달은 2012 런던 대회 한순철의 은메달이다. 임애지는 12년 만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 왼쪽 어깨와 왼쪽 다리 부상에도 이를 악물고 준비한 임애지는 노련한 브라질 선수를 상대로 완벽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경쾌한 스텝을 활용해 앞 손으로 포인트를 쌓는 본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임애지는 1라운드 초반부터 아웃복싱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상대와 거리를 유지한 채 날카로운 잽을 날리며 점수를 얻었다. 지 헤수스 샤가스는 상대의 공격을 피한 뒤 반격하는 카운터 펀치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빠른 발놀림으로 주먹을 흘려보내는 임애지에겐 속수무책이었다.
2라운드까지 같은 전략으로 임애지가 시종일관 우위를 유지하자 지 헤수스 샤가스는 3라운드에 포인트를 만회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임애지는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앞 손으로 상대를 견제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5명의 심판 중 4명이 임애지의 승리를 인정했다. 30-27이라는 스코어는 임애지가 3라운드 내내 우세했음을 보여준다. 화끈하게 주먹을 주고받는 경기에 경기장을 채운 관중들도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임애지는 “오늘은 제가 잘하는 걸 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조금 안 됐던 것 같아서 아쉽지만, 이제부터 연습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한 것은 70% 정도만 한 것 같다”며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임애지의 8강전 상대는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다. 이번 올림픽 2번 시드를 받은 강호지만, 임애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임애지는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누구를 만나도 쉽지 않다”면서 “이제 이틀 정도 남았으니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8강전은 한국시간으로 8월2일 오전 4시4분에 열린다. 임애지가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동으로 동메달이 확정된다. 올림픽 복싱은 3-4위전 없이 2명에게 동메달을 수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