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방송인 양재웅(42)이 환자 유기치사 혐의로 피소된 가운데,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의문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사과나 애도 없이 방송에서 밝은 모습을 보인 그의 행적이 충격을 주고 있다. 그간 유튜브와 방송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정작 자신의 본분인 의사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방송에서 보인 이미지가 철저히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차 경기 부천의 W진 병원에 입원했던 30대 환자가 입원 17일 만인 지난 5월27일 오전 4시쯤 가성 장폐색(추정)으로 사망한 사건이 알려졌다. 유족들은 A씨가 비정상적으로 배가 부어오른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감금과 강박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조처를 당했다며 의료진의 행태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장인 양재웅은 유족에게 사과나 애도의 뜻을 표하지 않은 채 방송에 나가 연인인 EXID 멤버 겸 배우 하니(안희연·32)와의 결혼을 공론화했다. 이후 하니에게까지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자 양재웅이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유족은 “그 동안 시위하고 있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더니 뒤늦게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재웅은 지난 8일 방송된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식탁’에 등장해 하니와의 첫 만남과 프로포즈, 하니와 가족들과의 만남 등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놨다.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하니와 처음 만났으며, 양재웅의 어머니가 하니에게 ‘결혼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라’라고 조언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결혼을 결심한 하니가 양재웅 어머니의 조언에 웃음을 터뜨렸다는 일화에 더해 형인 양재진이 하니에 대해 ‘진지하고 생각이 깊다’는 긍정적인 평을 남기며 방송은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해당 방송이 녹화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결혼 발표가 사고 이후(5월 27일)였던 것으로 보아 사고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방송인이기도 한 양재웅이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방송에서까지 어두운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가 유족들의 아픔을 철저히 외면한 채 개인적 경사를 동네방네 알리며 그간의 유쾌한 ‘방송 이미지’까지 이어갔다는 데 있다. 사고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하니가 사고 직후 결혼 발표를 했다고 댓글 공격을 받은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아직 의료진 과실에 대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병원에 입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한 젊은이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를 통해 유족과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양재웅의 철저한 외면은 정신과 의사이자 수더분한 이미지의 방송인으로서의 그를 신뢰해 온 이들에게 여러 모로 충격을 주고 있다. 양재웅이 양재진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양브로의 정신세계’ 구독자들은 “환자 볼 시간은 없고 유튜브 할 시간은 있냐”, “사건이 일어난 때가 5월 말이던데 얼마 전에 인용 식탁 나와서 웃고 떠들고 하던 게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그건 진짜 유가족에게 못할 짓 한 거다”, “유튜브 나올 시간에 병원 들여다봐라, 간호조무사 CPR 기괴하더라” 등 충격과 실망을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그의 자질에 대한 의심까지 피어났다. 일부 누리꾼들은 ‘공감 능력이 심하게 부족한 것 같은데 당신 자신이 정신과 치료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내고 있다.
유가족은 지난달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B씨 등 의료진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W진 병원 측은 A씨가 만성변비 환자인 데다 계속 복통을 호소한 게 아니어서 장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고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약도 아닌 다이어트 약 중독 환자인 A씨를 옴쭉달싹 못하게 감금시킨 데다 의식을 잃은 A씨를 발견하고도 가슴 압박이 제대로 되지 않는 어설픈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다 11분 만에야 제세동기를 작동시킨 폐쇄회로(CC)TV 영상이 퍼지는 등 병원 측 주장은 다소 힘을 잃고 있다. W진 병원에서 양재웅의 유명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직원 관리와 환자에 대한 적절한 조처가 이뤄졌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겨우 33살의 여성이 병원에 입원한 지 17만에 사망한 사건에 대한 사과는 사고 발생 두 달 만에야, 여론이 악화된 이후 나왔다. 그간 방송에서 보여준 양재웅의 사려 깊은 이미지는 66만 유튜브 구독자와 대중에게 큰 배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쇼닥터의 정신세계’는 과연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31일 방송가에 따르면 양재웅은 MBC 라디오 FM4U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진행하던 ‘깨끗하고 어두운 곳’에서 하차한다. 방송과 유튜브에서 보여주던 이미지를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진심 어린 사과로 되살리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그의 방송 활동에는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