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야당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을 동시에 임명하면서 ‘2인 체제’가 된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나섰다.
이 신임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취임 첫날 곧바로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했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임명 재가 직후 대통령 임명장 수여와 현충원 참배 등 통상적인 취임 첫날 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방통위가 있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해 오전 11시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사를 통해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회복을 강조한 그는 “불과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두 분(이동관·김홍일)의 전임 위원장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정치적 탄핵을 앞두고 방송과 통신 정책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두 분의 큰 희생이 있었다”며 “두 분 전임 위원장의 희생과 직원 여러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에서 이번에 방문진 이사진을 선임하게 되면서 이사진 구성이 여당 측 6명, 야당 측 3명이 돼 MBC 사장을 교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른 시기에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해임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안 사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반면 박민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여권 성향 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뒤인 지난 11월 취임했기 때문에 별도의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의 광속 행보에 야당은 이날 대전 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이 위원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이 위원장 임명에 대해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말로 표현이 힘들 만큼 최악의 장관급 인사”라고 비판했다.
고발뿐 아니라 탄핵 절차에도 시동을 걸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이) 심의 의결해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하고 추천하거나 방통위 차원에서 방문진 이사를 임명할 경우 국회법 절차에 따라 방통위원장에 대해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현재 ‘2인 체제’인 방통위의 의결 등 절차에 대해 탄핵 사유라는 게 야당 입장이다. 절차가 진행될 경우 당장 1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보고돼 2일 또는 3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 야당이 탄핵을 추진한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경우 탄핵소추안 가결 시 직무정지가 되는 걸 고려해 표결 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들도 이 위원장이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언론단체들은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다시 시작된 불법적 2인 체제 방통위의 모든 의결은 어떤 명분으로도 포장할 수 없는 반헌법적 작태”라며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이 국민의 심판을 받을 시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