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 수영인생 돌아보게 한 세계의 벽 [파리 2024]

황선우·김우민 총출동했지만… 남자 계영 800m 6위로 마쳐

2023년 아시안게임 金·세계선수권 첫 金
‘황금세대’ ‘르네상스’ 등 기대 모았지만
첫 주자 양재훈부터 9위로 쳐지며
‘에이스’ 황·김도 제 기량 못 미쳐

3년 전 2020 도쿄에서 황선우(21·강원도청)가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김우민(23·강원도청), 이호준(23·제주시청) 등 빼어난 기량의 또래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 수영은 ‘황금세대’라는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듯했다.

망연자실 황선우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를 마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누워 있다. 파리=연합뉴스

특히 남자 계영 800m는 황금세대의 상징과도 같은 종목이었다. 황선우와 김우민이 ‘쌍두마차’가 돼 출전하는 이 종목에서 한국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분01초73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수영 단체전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다.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도 7분01초94로 2위에 올랐다. 올림픽을 앞둔 대회여서 강호들이 많이 빠졌다고는 해도 세계선수권 단체전 메달 역시 사상 처음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전 세계 수영 강국들이 베스트 멤버로 총출동하는 대회로, 황금세대의 ‘진짜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험하는 무대였다. 그동안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황금세대들은 훈련에 집중했다.



그러나 황금세대는 허상이었을까. 세계 무대의 벽은 아직 높았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세계 정상권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 경기에서 이호준(왼쪽부터), 양재훈, 황선우, 김우민이 경기를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파리=뉴시스

양재훈(26·강원도청), 이호준, 김우민, 황선우 순으로 나선 한국은 31일 프랑스 파리의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계영 800m 결승에서 7분07초26으로 9개국 중 6위에 그쳤다. 도쿄 올림픽 챔피언 영국이 유일한 6분대인 6분59초43으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미국이 7분00초78로 2위, 7분01초98의 호주가 3위에 올랐다.

첫 영자인 양재훈이 1분49초84로 최하위인 9위에 처지면서 일찌감치 메달권에선 탈락했다. 이호준도 1분46초45에 200m를 끊으면서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다. 자칫하면 꼴찌로 끝마칠 위기 상황을 타개한 것은 3번 영자 김우민이었다.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등 대표팀 내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김우민이 페이스를 계속 끌어올리면서 8위로 달리던 이스라엘과의 격차를 줄였고, 마지막 200m 구간에서 이스라엘을 제치고 8위로 올라섰다. 김우민의 200m 기록은 결승을 뛴 4명 중 가장 좋은 1분44초98이었다. 김우민이 앞서 있는 팀들과의 격차를 많이 줄여준 덕분에 마지막 영자 황선우가 두 팀을 제치며 6위까지 올랐지만, 황선우 구간 기록도 1분45초99로 평소보다는 훨씬 저조했다.

이 멤버들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한국 기록 7분01초73을 찍었다면 동메달을 딸 수 있었지만, 이날은 5초 이상 느렸다. 반면 메달을 딴 3개국은 평소와 비슷한 기록을 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던 셈이다.

특히 에이스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황선우의 부진이 뼈아프다.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던 황선우는 계영에서도 자신의 최고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는 “훈련도 잘했고, 자신감도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내 수영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분석을 거쳐 수영에 더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