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에서 100㎝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도검을 장식용으로 소지 허가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한 도검 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도검을 이용한 강력사건이 반복되면서 도검 허가와 소지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29일 이웃 주민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A(37)씨는 범행에 쓰인 ‘수련도’를 올해 1월 장식용으로 소지 허가받았다. 관련 법에 따라 날 길이가 15㎝ 이상인 도검은 관할 경찰서로부터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A씨처럼 허가받은 도검을 악용한 범죄는 국내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서울 종로경찰서 민원실에서 교통 과태료 납부에 불만을 품은 4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며 사람들을 위협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고, 지난해 6월 경기 광주에서는 주차 문제로 다투던 이웃 주민을 101㎝ 일본도로 살해한 70대가 붙잡혔다.
도검은 총포와 달리 소지 허가를 받기 쉽고 한 번 허가받으면 사실상 영구적으로 소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느슨한 관리가 문제로 지적된다. 정신질환자나 마약 중독자, 전과자는 도검 등을 소지할 수 없지만 도검의 경우 운전면허가 있으면 정신질환 병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신체검사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경찰은 보통 도검 소지 허가 과정에서 범죄 이력과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는데 총포 허가와 비교해 질환 확인 항목 등이 적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범행 당시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다.
3년마다 허가 기간을 갱신하는 총포와 달리 도검은 이런 갱신 의무도 없다. 경찰이 매년 자체적으로 도검 소지자에 대해 결격사유를 점검하기는 하지만 개인 동의가 필요한 정신질환 진료 이력 등은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다. 경찰은 매년 일제점검도 진행하는데 소지 허가받은 연도를 기준으로 5년씩 나눠 점검하고 있어 올해 점검 대상(1996∼2000년)에선 A씨가 제외됐다.
도검 소지 허가 업무를 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도검 소지자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정신질환 등 점검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면서도 “도구보단 도구를 악용하는 사람들 관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이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