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둘째 탄생 앞두고…금빛으로 장식된 구본길의 '라스트 댄스'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 내내 유일하게 태극마크 지킨 '버팀목'

10년 넘게 국내 최정상급 기량으로 태극마크를 지켜온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마지막이 될 올림픽 경기를 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 박상원(이상 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구본길은 2008년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으로 활약해 온 선수다.



이날 금메달로 한국은 2012년 런던,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그리고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는데, 이 3개 대회에서 모두 대표팀을 지킨 선수는 구본길이 유일하다.

종목 로테이션으로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개인전 출전까지 포함하면 구본길은 올림픽에만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8강전에 출전한 한국 구본길이 캐나다 샤울 고든을 상대로 공격을 시도한 뒤 심판에 득점을 어필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017, 2018, 2019, 2022년 한국의 단체전 우승 때 모두 힘을 보탰던 그는 아시아 무대에서 특히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2010년 광저우와 2014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3연패를 달성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후배 오상욱(대전광역시청)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단체전을 포함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6개로, 한국 선수 최다 타이기록을 보유했다.

여기에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만 7차례 우승하고 2011년엔 개인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던 그에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이 없는 점은 선수 생활에서 몇 안 될 아쉬운 점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014년과 2017년 은메달, 2011년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런던과 리우 대회의 16강이 최고 성적이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선 32강에서 탈락했던 그는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한 이번 대회에선 단체전만큼이나 개인전 메달에도 부쩍 욕심을 냈는데, 첫 경기인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와의 32강전에서 지며 끝내 이루지 못했다.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준결승에서 한국 구본길이 프랑스 피앙페티 막시메를 상대로 득점한 뒤 주먹을 쥐고 있다.

하지만 단체전에선 임무를 완수했다.

런던에선 막내였던 구본길은 도쿄에선 김정환에 이어 둘째로 함께 팀을 이끄는 입장이 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김정환이 떠나면서는 대표팀의 맏형이 돼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

개인전 첫판 탈락의 충격으로 단체전 초반까지 부담감 속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해 동생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닐 뻔했으나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 특유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하며 승리의 발판을 놔 진가를 발휘했다.

구본길의 '금빛 라스트 댄스'는 조만간 둘째 아들이 태어날 예정이라 더 의미가 커졌다.

홑몸이 아닌 아내 박은주 씨의 곁을 지키지 못한 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올림픽만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렸던 그는 첫째 '우주'까지 돌보느라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강조해왔는데, 멋지게 약속을 지켜냈다.

"둘째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주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이룰 수 있게 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