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이 사상 처음으로 ‘2관왕’을 배출한 남자 사브르의 맹활약에 힘입어 12년 만에 단일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금빛 찌르기가 나올 경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한국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오상욱(대전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출전해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꺾고 우승했다.
오상욱이 지난 28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을 제패한 데 이어 한국 펜싱의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딴 것이다.
2000년 시드니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하나씩을 획득하며 사상 첫 입상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활약해 온 한국 펜싱은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단일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챙겼다. 한국 펜싱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쓸어 담은 바 있다.
하지만 직전 대회였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따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금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하나씩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번 대회에선 한국 펜싱의 간판 종목인 남자 사브르가 금메달 2개를 모두 책임져 자존심을 세웠다.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2019년)과 더불어 세계랭킹 1위 경력에 빛나는 ‘에이스’ 오상욱이 자신의 첫 올림픽 개인전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하며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을 통틀어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남자 사브르와 더불어 입상 유망 종목으로 꼽혔던 여자 에페 단체전은 개최국 프랑스에 덜미를 잡히며 8강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개인전에 이어 3회 연속 단체전까지 석권하며 펜싱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2012 런던,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제외)로,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3일 열릴 예정인 마지막 남은 펜싱 경기인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낼 경우 역대 최고였던 런던 대회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입상했던 도쿄 올림픽(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도쿄 올림픽 이후 세대교체가 이뤄진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도쿄 멤버 중에선 윤지수(서울특별시청)만 이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전하영(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가 힘을 보탠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개인전에서 아쉽게 입상자를 내지 못했다. 다만 세계랭킹 20위권인 최세빈이 금메달 후보로 꼽힌 세계 1위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격파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4위에 올라 이번 단체전에서도 새로운 돌풍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