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에 “천박한 극우 보수 인사”라는 양경수…‘막장 인사’로 尹 겨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MBC 라디오서 “구시대적이고 퇴행적 노동관 가진 사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승리!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이끌어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 확인된 극우 보수 인사”라고 깎아내렸다.

 

양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적 눈높이와 상식에 맞는 인사인가”라며 “막장 인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평가 이유로 ‘시대착오적’ 노동관을 우선 내세운 양 위원장은 “구시대적이고 퇴행적 노동관을 가진 사람이 노동부 장관을 한다는 게 과연 우리 사회 노동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김문수는 ‘불법 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며 노동권 파괴에 혈안이 된 자”라면서, “김문수는 ‘무노조 저임금에 감동 받았다’는 상스러운 노동인식을 지닌 자”라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자는 2022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불법 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었고, 지난해 3월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동 받았다’는 글을 썼다가 ‘무노조 저임금이 감동의 이유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경사노위 위원장 취임 전후로 노동계로부터 ‘반노동 성향’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김 후보자가 천박한 ‘극우 보수 인사’라는 양 위원장의 주장은 과거 김 후보자 언행 논란과 맞닿아 있다.

 

김 후보자는 2019년 한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총살감’이라 말했고, 2022년 경사노위 국감에서 해당 발언 질의에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가 국감장에서 퇴장당하고 환경노동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었다.

 

2018년 세월호 참사 추모를 ‘죽음의 굿판’이라고 하거나 2019년 강원도 산불 당시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왔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한 바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점을 종합하듯 양 위원장은 김 후보자 업무 능력과 성과를 진행자가 묻자, “없지 않나”라며 “국민이 생각하는 경사노위 결과물이 하나라도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경사노위에서 한 일이라고는 보수 유튜버나 함직한 말들을 내뱉은 것 말고는 실질적으로 개선된 경사노위 역할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같은 날 야당의 단독 의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현행 헌법, 민법과 충돌하는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와 국민의힘은 불법파업 조장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민주당은 합법적인 노동운동법이라고 맞선다. 개정안은 1일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는데, 여당은 지난번 ‘방송 4법’ 때처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할 계획이다.

 

양 위원장은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제적으로나 노사분규가 굉장히 많이 일어날 것으로 왜곡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시대를 반영할 수 있는 굉장히 상식적인 법”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 쟁점화가 되고 오히려 시대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난무하는 것은 문제”라며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헌법이나 민법과 관련 없고, 충돌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김 후보자 지명은 2라운드로 접어드는 노동개혁을 제대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 후보자 지명 후 “고용노동계의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 노동 현장과 입법·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노동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운동가이자 15~17대 3선 국회의원, 2선 경기도지사에 경사노위 위원장까지 지낸 김 후보자의 경험이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개혁 과제 추진에 적합하다는 대통령실의 판단으로 보인다. 노동개혁은 연금·교육개혁과 더불어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의지를 밝혀온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