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의 다른 관행 중 하나는 예전에는 납량 특집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던 공포영화를 개봉하는 것이다. 많은 관객이 들지는 않겠지만 공포영화는 탄탄한 관객층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개봉전략이다. 지난 6월 26일에 개봉한 ‘핸섬 가이즈’는 오컬트 공포와 코미디를 뒤섞은 독특한 영화이다. 캐나다 공포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영화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많다. 영화에서 오컬트는 주로 종교인이나 주술사가 등장하여 악마를 퇴치하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은데, 지난봄의 ‘파묘’ 이후 ‘핸섬 가이즈’가 이런 흐름을 이었다.
‘핸섬 가이즈’에서 보이는 또다른 특이한 점은 도시인과 비도시인이 갈등하고 충돌한다는 점이다. 숲이나 계곡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온 도시인과 그 지역의 주민들이 관습이나 기질이 달라서 벌어지는 갈등은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 중 하나이다.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 중 유명한 미국 영화는 ‘딜리버런스’(존 부어맨, 1972)이다. ‘딜리버런스’에서는 곧 댐이 건설될 오지의 협곡을 카누로 탐험하려고 도시에서 온 네 명의 사업가 친구가 도시인에게 적대적인 그 지역의 현지인과 충돌한다. 한국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영화는 ‘송어’(박종원, 1999)였다. 옛 친구가 운영하는 산골의 낯선 송어 양식장에 도시에서 놀러 온 일행이 그 지역의 사냥꾼과 도시인에 호기심을 가진 동네 청년과 만나면서 무섭고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에는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겪는 애환과 부적응을 다루는 영화가 많았다. 이들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초고층 건물에 압도당하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강력한 부유층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도시의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나타나던 시기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한창 벌어지던 시기였고, 이제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등 인구의 절대다수가 도시 지역에 사는 시대에서는 오히려 도시 거주인의 관점이 지배적인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공포영화에서는 도시인의 관점에서 시골이 낯설고 두려운 공간으로 재현되는 장면이 등장하게 되었다.
영화 ‘곡성’(나홍진, 2016)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골은 괴이한 일이 발생하는 곳이고 무당을 불러서 굿을 해도 치유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는 곳이다. 그리고 영화 숲과 산은 ‘파묘’와 ‘핸섬 가이즈’에서 볼 수 있듯이 위험하고 알 수 없는 사악한 존재가 묻혀 있는 곳이 되었다. 이 위험한 존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행동한 자들이 위험에 빠진다. 공포영화와 판타지 영화에서 귀신을 퇴치하는 것은 귀신의 약점을 알아내는 데서 시작한다. 그 대상이 낯설지 않고 익숙해지고, 대상을 이해하게 되면 괴물을 퇴치하거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아예 친해지기도 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