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아메데오 발비/ 장윤주 옮김/ 북인어박스/ 1만7500원
지난 5억년 동안 지구에서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2억5000만년 전 대멸종 때는 전체 생물종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멸종 가능성은 인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의 종말은 예정된 미래다. 태양의 밝기는 1억년마다 1%씩 증가한다. 10억 년 후 지표면 평균온도는 약 50도까지 치솟는다. 지구 공전 궤도가 앞으로도 안정적이라는 보장이 없고,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 위험도 있다. 인류 스스로도 기후위기 같은 위기를 초래한다. 어느 모로 보나 인류는 먼 미래에 지구를 떠나야 생존할 수 있다. 그럼 어디로 갈까.
신간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는 목성 같은 기체 행성은 물론 지구형 행성인 수성, 금성은 절대 후보지가 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화성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한다.
수성은 대기가 거의 없다. 일몰부터 다음 일몰까지 176일 걸리는 데다 밤에는 영하 170도, 낮에는 420도까지 오른다. 지구에서보다 태양이 7배 밝게 보인다. 당연히 방사선, 태양풍을 견디기 힘들다. 수성에서는 태양 중력이 강하고 공전 속도가 너무 빨라, 태양계를 벗어나는 것보다 수성에 가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수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조차 없다.
금성은 지옥 같은 곳이다. 지표면은 500도, 표면 압력은 지구의 90배다.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이고, 황산 성분의 구름이 있다. 공중에 거주하는 상상을 할 수는 있다. 금성 대기 약 50㎞ 고도에서는 지구와 압력이 비슷해지고 외부 온도는 약 70도로 내려간다. 지구 공기로 채워진 풍선 형태의 구조물을 띄우면 호흡이 가능하다.
이런 어려움들도 화성에서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문제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다. 화성에서 숨 쉬고 지구로 돌아가는 로켓 연료에 필요한 수십 톤의 산소를 만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을 만드는 데도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든다. 화성 극지방의 얼음을 녹이거나 토양과 섞인 얼음 형태의 물을 이용해야 한다. 이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막대한 물류비용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라포밍(행성의 환경을 바꿔 지구와 비슷하게 만드는 작업)을 위해 극지방 얼음을 고출력 핵탄두 수천 발로 녹이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자급자족할 식량을 얻기도 어렵다.
저자는 우주 식민지를 추진 중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은 경제적 이윤 추구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머스크는 우주여행에서 겪는 문제와 화성 내 생존에 필요한 어려움을 해결할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 사업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관심사다. 그는 화성행 탑승권 가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 때문에 탑승권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기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설령 화성을 지구처럼 바꿀 수 있다 해도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화성을 마음대로 바꿀 능력이 있다면 지구에서 그렇게 하는 편이 간단하지 않을까, 화성을 바꿀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저자는 우주 탐사를 계속하는 동시에 지구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법처럼 지구를 떠나고 모든 항성계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다 해도, 지금처럼 인구 증가와 자원 소비를 이어가면 결국 점령할 행성이 부족해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구에서 해온 확장과 착취를 지구 밖에서 반복하는 것은 이 함정을 벗어나는 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