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잔처럼 서운해서 [詩의 뜨락]

정수자

일없이도 발가락은

왜 점점 틀어지나

 

꾸덕살 다듬던 커터 날에 베일 때

 

애꿎은 골목을 살피듯

빗발이 토닥토닥

 

일생 휘어지는

무지외반 모계라니

 

빈 잔처럼 서운한 주말도 늦밤인데

 

되접는 우산 끝으로

낙수만 슴벅슴벅

 

-시집 ‘인칭이 점점 두려워질 무렵’(가히) 수록

 

●정수자 약력

 

△1957년 용인 출생. 1984년 세종숭모제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 시집 ‘탐하다’, ‘허공 우물’, ‘파도의 일과’ 등 발표.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