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손해보험업계가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한편 디지털화 등 변화하는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로 인력 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최근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모두 115명을 퇴직 발령했다. 2019년(80명)과 2021년(101명)에 이어 3년 만에 단행된 희망퇴직이다.
KB손보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합한 인력 구조를 위해 지난 19일부터 희망퇴직 희망자를 접수했다. 신청 대상은 △만 45세 이상 및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원으로, 임금피크제 진입자와 예정자였다.
지난해 국내 31개 손보사는 전년도보다 50.9% 늘어난 8조2626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올해 1분기도 순이익 2조9694억원으로 역대급 분기 실적을 냈다. 최근 2분기 실적 실적을 발표한 KB손보는 상반기 순이익이 572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적용과 80%에 육박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으로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며 “희망퇴직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실적이 좋은 때에 조직 개편을 통해 나중을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진행된 손보업계 희망퇴직에서는 30∼40대까지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젊은 직원이더라도 희망퇴직을 원하면 내보내고, 더 필요한 인력을 영입하겠다는 인사정책의 결과로 풀이된다. 고연령·고직급 감축과 함께 전체 조직의 인력 구성을 개편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희망퇴직에서 비롯된 빈자리는 디지털이나 재무, 투자 관련 인력이 채울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제판(제조·판매) 분리, 법인보험대리점(GA) 강화, 디지털 확대 등으로 기존 핵심이었던 영업부서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디지털이나 재무 관련 인력의 중요도는 커지고 있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비용 감축을 좇기보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새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라며 “업계는 조직 슬림화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디지털화에 적합한 인력 구조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