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압박에 결국 물러난 정점식… “향후 분열 막기 위해 사임”

韓 대표 당권 잡은 지 10일 만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 내려놔
대통령실과 협의 여부엔 “아니다”
내홍 일단락 됐지만 불씨는 여전

승기 잡은 韓, 2일 임명 나설 듯
정책위의장에 김상훈 의원 유력
윤리위원장도 교체 수순 관측도
대통령실 “尹 메시지 적용 안 된듯”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인선을 두고 친한계(친한동훈계)와 친윤계(친윤석열계)가 줄다리기를 이어간 끝에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1일 사퇴했다. 한동훈 대표가 당권을 잡은 지 10일 만이다. 공개 사퇴 압박에도 이틀째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 정책위의장이 끝내 물러나며, 63%의 압도적 득표율을 등에 업은 한 대표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2일 곧장 정책위의장·지명직 최고위원 등을 임명하며 ‘한동훈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며 “향후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과의 협의 여부에 대해선 “전혀 그런 것 없다”고 부인했다.

 

최고위서 지나치는 한동훈·정점식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옆으로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지나가고 있다. 한 대표는 전날 임명직 당직자 상대로 일괄 사의 표명을 요구했고, 정 정책위의장은 하루 지나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이재문 기자

앞서 한 대표 측은 “인선은 당대표의 권한”이라며 정 정책위의장의 거취 정리를 공개 압박했다. 전날엔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라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날 오후까지 정 정책위의장이 침묵 속 버티기로 일관하며 변화를 가하려는 한 대표 측과 정책위의장을 지키려는 친윤계 간 긴장 수위도 고조됐다. 한 대표는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만찬 자리에서 정 정책위의장 유임 의견을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저는 집권여당 당대표”라고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지도부 내 과반 차지를 둘러싼 한 대표 측과 친윤계의 샅바싸움에서 외견상 한 대표가 우선 승기를 잡으며 지도부 인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사무처 정비를 포함해서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의 인선이 내일(2일)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기 정책위의장에는 계파색이 옅은 4선 중진 김상훈(대구 서) 의원이 유력 거론되고, 3선 계열에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을), 송언석(경북 김천) 의원도 물망에 올랐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원외·여성 인사가 예상된다.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용구 윤리위원장 역시 교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전 대표 축출 사태 때 보듯 윤리위원회 구성도 한 대표 체제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성 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의 징계를 받고 물러난 바 있다. 전날 당 사무처에 사의를 밝히고 이날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서지영 전략기획부총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김수민 홍보본부장,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등 당 요직에 대한 재신임 또는 교체도 뒤따를 예정이다.

 

정책위의장 인선을 두고 당내 불거진 내홍이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친윤계 일각에선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일방적 사퇴 요구는 부당하다고 강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한 영남 중진 의원은 “교체하고 싶더라도 한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와 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덧셈 정치를 하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사퇴 압박은 뺄셈 정치로 보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헌상 임기(1년)를 재차 강조하며 “당대표가 정책위의장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의원들도 당헌과 배치되기 때문에 물러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계파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실도 한 대표에게 서운한 기색을 표명해왔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비공개 회동에서 당부한 ‘자기 사람 만들기, 폭넓게 포용하라’ 두 가지 메시지가 정 정책위의장 거취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며 “한 대표는 앞으로 큰 정치를 하려면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한데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의 마음을 놓치고 오히려 돌아서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정 정책위의장 사퇴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대표가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