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휩싸이더니 ‘펑’…전기차 화재, 매년 2배가량 증가

2020~2023년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 151건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25건 화재 발생

지난 1일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가 갑자기 연기를 뿜더니 폭발해 이윽고 불길에 휩싸였다. 이 같은 사고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CCTV 영상. 독자 제공·연합뉴스

2일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총 151건으로 매년 2배가량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 7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명피해는 9명이다.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2020년 11건(인명피해 0건), 2021년 24건(인명피해 1명), 2022년 44건(인명피해 6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27건의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아파트 등 다중이용시설 내 전기차 충전소도 많이 늘어난 가운데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증가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총 21건이다.

지난 1일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파 화재로 1·4살 영유아와 어린이 등 10살 이하 7명을 포함한 16명이 의료기관으로 이송 됐다.

1일 발생했던 화재와 같이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나면 진압에 한계가 있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기차 화재의 경우 화재 진압 자체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어렵다. 배터리 소재 자체가 불이 잘 꺼지지 않는 특성을 갖는 데다 단단하게 밀봉된 셀 내부에 탑재돼 있어 소화용수 등이 잘 닿지 않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의 경우 전기차 화재로 발생하는 유독가스 배출이 어렵다”며 “전기차에 불이 나면 컨테이너 수조가 달린 소방차를 활용해 진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지하는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지하 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물 내·외부 구분에 따른 충전소 설치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장소를 옥내와 옥외로 구분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부터다.

 

김미애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404곳 중 옥외는 349곳, 옥내는 55곳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설치된 전체 전기차 충전소는 3970곳이다.

 

김 의원은 “(거주민이 많은) 공동주택 주차장은 불이 나면 특히 치명적일 수 있는데도 충전 구역 관련 규정은 미비하다”며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한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