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허가 미사리 조정경기장 조명탑, 철거명령은 지나쳐”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조명탑이 개발제한구역 내에 허가 없이 설치됐다는 이유로 철거를 명령한 것은 공익에 비해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서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미사경정공원 홈페이지 갈무리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하남시장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단은 2002년 경기 하남에 미사리 조정경기장(경정공원)을 지으면서 전광판 1대와 조명탑 11개를 함께 설치했다. 하남시는 19년 뒤인 2021년 “전광판과 조명탑을 개발행위제한 구역 내에 허가 없이 설치했다”며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공단이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법원은 전광판과 조명탑 10개는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봤다. 그러나 행위허가를 받은 부지 경계선 바깥의 조명탑 1개는 무허가 시설물이 맞으므로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명탑 원상복구 요구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한다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의 공익상 필요가 원고(공단)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남시의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어겨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해당 조명탑을 철거하면 안전사고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심판의 판정과 관객의 관람에도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경정장에서의 야간 경기 전체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이 조명탑을 새로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익법인으로서 사업 수행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