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이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통적으로 국가 안보 이슈를 중시하는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외교안보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동맹 유지, 대만 문제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 간 의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를 만난 것에 우려했다고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대표적 극우 성향 지도자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친러시아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르반 총리를 지난 3월에 면담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면담하며 친밀함을 드러내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J 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데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더힐은 전했다.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르반 총리를 만난 데 대해 “그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더힐에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는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만이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보험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도 상원의원들의 우려가 나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를 포함해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상원의원은 더힐에 “트럼프는 전 세계의 분쟁에 휘말리거나 분쟁의 대가를 치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이란의 대리인 등 전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권위주의 정권이 서로 대화하고 있다. 이것은 심각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든 이것은 민주주의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오르반 총리에 대해서는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물리치려는 나토의 노력을 약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며 “오르반은 이제 헝가리를 나토에서 가장 최근의 문제로 만들었다”고도 지적했다.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아직 누가 새 행정부가 될지 모르지만 아시아에 있는 우리의 동맹국들, 그리고 이제 필리핀을 추가할 수 있는 동맹국들이 모두 중국의 침략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더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