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기습 파업’ 지침… 출구 전략 없어 피로감↑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교섭이 결렬된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가 현업 복귀 선언과 함께 게릴라식 파업을 예고했다. 3일에 걸친 ‘끝장 교섭’에도 평행선만 이어지면서 사태를 둘러싼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업을 두고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조의 투쟁 동력도 점차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이재용 회장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을 지켜라' 삼성전자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전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장기전’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 기한인 5일까지 조합원들이 현업에 복귀하고, 이후 기습적인 부분 파업을 통해 임금교섭을 위한 쟁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전삼노는 “당장 (현업에) 복귀해도 되고, 출근하더라도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게 되면 그때 일하다가도 나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삼노가 현업 복귀를 선언한 것은 노조 파업 장기화로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8일 총파업부터 참여한 조합원들은 적어도 대리급은 400만원, 과장급은 500만원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전삼노는 대표교섭 노조 지위 보장이 끝나는 5일 이후에도 파업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에는 총 5개의 노조가 있는데, 6일부터 전삼노를 제외한 다른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전삼노는 교섭대표노조 지위와 함께 쟁의권을 잃는다.

사진=뉴스1

전삼노에 따르면 현재 전삼노를 제외한 4개의 삼성전자 노조 중 3개는 별도 교섭을 하지 않겠다고 전삼노에 통보했지만,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는 아직 별도 교섭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최근 동행노조가 “기대했던 대표 노조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는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전삼노의 교섭 방식을 비판한 바 있어 동행노조가 사측에 개별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대표교섭 노조 지위 유지와 관련해 “우리가 가장 큰 노조이기 때문에 대표 교섭권을 잃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 교섭권을 얻어야 하는 (3∼4개월) 기간 중 잠시 파업권을 잃을 뿐, 이후 다시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의 결정적인 요인은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이다. 사측은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 직원 여가포인트 50만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2024년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 기존 노조 요구안에 일정 부분 상응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이 제안에 노조원 임금 손실을 우회적으로 보전받기 위해 조합원 대상 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지급을 추가 요구했고, 교섭은 결국 결렬됐다.

 

전삼노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사회적 이슈화와 쟁의기금 마련을 위해 국회, 법조계,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등 파업 규모를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