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금이 낫지 않나" 김주형, 파리올림픽 골프 첫날 공동 3위… 메달 보인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골프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파리 올림픽 중계 방송사 NBC는 남자 골프 우승 후보 10위에 한국 김주형(22)의 이름을 올렸다. 이유가 있다. 김주형은 지난해 9월 이번 남자골프 대회 장소인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1)에서 열린 DP 월드투어 프랑스오픈에서 공동 6위의 빼어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기대는 걸기 힘들었다. 김주형은 올해 PGA 투어 22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이 두 차례에 그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2주전 올림픽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메이저 대회 디 오픈에서 컷탈락했을 정도로 샷감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사진=AP연합뉴스

김주형이 남자 골프 첫날부터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어 이런 우려를 한방에 날렸다. 김주형은 1일 르골프 나쇼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골라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며 5언더파 66타를 쳤다. 김주형은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 호아킨 니만(칠레)과 공동 3위에 올라 메달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단독 선두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는 3타차다.

 

김주형은 1라운드를 마친 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안정감이 있었고 위기가 왔을 때도 잘 마무리했다”며 “남은 사흘도 좋은 흐름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이 장소에서 열린 DP 월드투어 카주오픈에 출전해 최종합계 9언더파로 공동 6위에 오른 김주형은 “그때 경험 덕분에 어떻게 쳐야겠다는 감각이 있어서 도움이 됐다. 작년 첫날엔 종일 비가 왔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김주형은 3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아냈고 5~6번 홀에서 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기세를 올렸다. 또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낚는 등 전반홀에만 4타를 줄이며 순위를 대폭 끌어 올렸다.

 

14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김주형은 16번 홀(파3)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섕크가 나 너무 오른쪽으로 향하고 말았지만 파로 잘 마무리해 타수를 잃지 않았다. “프로 데뷔 후 섕크를 낸 건 처음인 것 같다. 저도 당황하고 신기하기까지 했다”며 멋쩍게 웃은 김주형은 “파를 의식하기보다는 마무리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두 번째 샷이 더 어려웠는데 잘 올라갔고, 퍼트도 자신 있게 잘 굴려서 좋은 흐름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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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갤러리가 몰린 르골프 나쇼날엔 한국팬들도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쳐 한국 선수들의 기를 살렸다. 김주형은 “올림픽은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프로 경기에 출전해도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응원을 많이 해 주시지만, 올림픽은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라 더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셨다”며 “덕분에 편하게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어 “메달을 딴다면 은메달, 동메달은 생각하지 않고 이왕이면 금메달이 낫지 않겠나. 꼭 시상대에 올라가서 다른 국가보다는 애국가를 듣고 싶다”며 “많이 남았으니 흥분하지 않고 푹 쉬면서 오늘 같은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메달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코스가 길지는 않지만, 정교함이 정말 중요하다. 티샷과 두 번째 샷 모두 큰 집중력이 필요한 곳”이라며 “오늘 스마트하게 했으니 보완해나가며 남은 라운드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주형(22)은 그야말로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해 상반기까지 PGA 투어 정회원이 아니었다. ‘특별 임시회원’으로 PGA 투어에 출전하던 김주형은 그해 8월 1일 초청 선수로 출전한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단독 7위를 기록, 페덱스컵 랭킹을 100위 초반대까지 끌어올려 2023 시즌 투어 티켓을 사실상 손에 넣었다. 이어 일주일 뒤에 열린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끝이 아니다. 불과 두달 뒤 2022~2023 시즌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한국남자골프의 간판주자로 등극했다. PGA 투어 역사에서 만 21세가 되기 전에 두차례 우승한 선수는 두명 뿐이다. 1932년 랠프 걸달(미국)과 1996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그 대기록을 작성했다. 우즈는 만 20세 9개월에 이 기록을 세웠다. 김주형은 만 20세 3개월에 2승을 거두면서 두달만에 통산 2승을 달성해 우즈의 기록을 넘어섰다. 최근 100년 이내에 가장 어린 나이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로 기록된 것이다. 그것도 4라운드 내내 보기를 단 한개도 범하지 않은 퍼펙트 기록까지 세웠다. 김주형은 지난해 10월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2연패를 달성하며 우즈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만 21세3개월) 3승 기록을 작성했다. 우즈는 1997년 1월 만 21세에 3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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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2위 잰더 쇼플리(31·미국)는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단독 선두 마쓰야마 히데키에 두타 뒤진 단독 2위 올라 올림픽 2연패를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이번 시즌 6승을 쓸어 담으며 ‘새 황제’로 등극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 는 버디만 4개를 골라내 공동 6위에 올랐고 3타를 줄인 ‘소문난 장타자’ 세계 3위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는 공동 14위에 랭크됐다.

 

올림픽이 낳은 한·중 탁구커플 안재형과 자오즈민을 부모로 둔 안병훈(34·CJ)은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보기를 4개나 쏟아내며 1오버파 48위로 떨어져 메달 도전이 쉽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