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냄새·레몬·라임·구즈베리·엘더베리·패션푸루트향 매력/포도 자체 풋풋한 아로마·강렬한 산도 그대로 살려/오크숙성·젖산발효 없이 스틸탱크서 양조
아와테아로아(Aotearoa). 뉴질랜드를 부르는 또 다른 공식 이름으로 마오리 언어로 ‘긴 흰 구름의 땅’이란 뜻입니다. 초기 폴리네시아 항해자들이 뉴질랜드를 발견했을 때 처음 봤던 긴 흰 구름 형태를 따서 이런 이름을 지었답니다. 이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환경과 독특한 문화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 와인이 해외에 수출된 것은 불과 30여년전입니다. 그럼에도 짧은 시기에 뉴질랜드 소비뇽블랑과 피노누아 등 뉴질랜드 와인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와인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뤘을까요.
◆빠르게 성장하는 뉴질랜드 와인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뉴질랜드는 신대륙 와인 생산국중 가장 늦게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곳이랍니다. 하지만 1980년대 수출을 시작했음에도 불과 30여년만에 세계 10대 와인 수출국에 진입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1960년대 와인 재배면적이 120만평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에 1700만평까지 확장되면서 20년동안 14배나 증가했습니다.
한국에 수입된 뉴질랜드 와인은 2023년 금액기준 1630만달러로 시장점유율 7위를 기록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은 2021년 판매량이 131%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유례없는 성장세를 거뒀습니다. 다른 수출국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2023년에도 6%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한국시장 화이트 와인 점유율은 프랑스에 이어 뉴질랜드가 2위이며 2023년 한국에서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은 1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이 국내에서 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뉴질랜드 와인산지 기후
뉴질랜드는 호주보다 더 남쪽으로 전세계에서 남극과 가장 가까운 와인산지입니다. 온난한 기후와 서늘한 기후가 모두 공존하는데 주요 와인 산지는 서늘한 곳에 있습니다. 와인이 생산을 시작한 곳은 북섬 입니다.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된 대도시에 와인을 공급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포도를 키워 보니 너무 덥고 비가 많이 와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오클랜드에서 시작됐지만 기스본으로 이동했고 다시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갑니다. 유명산지는 다 동쪽 산지로 비가 덜 오는 지역입니다. 산이 서쪽에서 오는 비구름 막아 주기 때문이죠. 보쥬산맥이 ‘비그늘 효과’를 제공하는 프랑스 알자스와 비슷한 해양성 기후입니다. 긴 일조량, 낮과 밤의 큰 일교차, 긴 생장기간 덕분에 강렬한 풍미와 높은 산도의 소비뇽블랑을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뉴질랜드 와인 품종과 대표 산지
2022년 기준 뉴질랜드는 화이트 품종 재배면적은 3만3752ha. 레드 품종은 재배면적은 7851ha로 화이트 품종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과거 소비뇽블랑이 90%에 달했지만 2022년 현재 64% 줄었습니다. 그래도 화이트 품종에선 소비뇽블랑이 79%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소비뇽블랑의 57%가 말보로(Marlborough)에서 생산됩니다. 소비뇽블랑이 줄어든 대신 피노누아 생산량이 크게 늘어 2022년 현재 14%를 차지합니다. 또 샤도네이, 피노그리도 생산량이 늘고 있습니다.
소비뇽블랑은 풀냄새, 레몬 , 라임, 구즈베리, 엘더베리향이 특징이며 조금 더 익으면 패션푸루트 느낌도 더해집니다. 피망, 아스파라거스 등 포도 자체가 풋풋한 아로마와 강렬한 산도를 지녀 와인메이커가 이것저것 손을 댈 필요가 없습니다.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고 사과산을 젖산으로 바꾸는 말로라틱 퍼먼테이션, 효모 앙금과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 오크 숙성을 거의 안합니다.
소비뇽블랑 대표 산지인 말보로는 서늘한 해양성 기후에 일조량이 좋아 풍부한 풍미를 지닌 소비뇽블랑이 나옵니다. 말보로에서도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가 핵심 산지입니다. 아와테레 밸리(Awatere Valley)는 훨씬 남쪽이라 더 서늘하고 추운 곳이며 피망 맛을 살린 느낌으로 차별화합니다.
◆낙농업 기술 접목한 소비뇽블랑
뉴질랜드 와인이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은 불과 2000년대 후반입니다. 그럼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마케팅 전략과 가성비 덕분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와인 하나만 밀자는 전략을 내세웠는데 바로 막 깎은 잔디향이 강렬한 화이트 품종 소비뇽블랑입니다. 굉장히 깔끔하고 산도가 높으며 향이 강렬한 품종으로 요즘 없어서 못 팔정도로 20∼30대 젊은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와인을 잘 몰라도 직관적으로 향을 느낄 수 있고 싱그러운 풀향이 젊은 세대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는 와인 양조 역사는 짧지만 뉴질랜드 산업을 대표하는 낙농업 기술이 와인 양조에 큰 기여를 합니다. 소비뇽블랑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탱크, 온도조절, 무산소 양조가 핵심으로 이것만 잘하면 깨끗하고 맑고 순수한 느낌의 맛있는 소비뇽블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기술을 뉴질랜드 기간산업인 낙농업에서 끌어옵니다. 신선한 우유를 짤 때도 이 세가지가 매우 중요해 이미 양조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죠. 이런 낙농기술을 그대로 와인에 적용할때 가장 잘 맞은 품종이 바로 소비뇽블랑입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전세계 사람에게 각인된 와인이 탄생합니다. 스크류캡 도입도 큰 몫을 합니다. 호주가 먼저 시작했지만 뉴질랜드가 훨씬 빠른 속도로 도입합니다. 또 친환경 유기농 재배도 건강한 뉴질랜드 와인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봅니다.
◆뉴질랜드 라이징 스타 피노누아
피노누아는 뉴질랜드의 ‘라이징 스타’ 품종으로 부르고뉴와 가장 흡사한 피노누아로 꼽힐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마틴보로에서 가장 먼저 피노누아를 재배했고 웰링턴에서 재력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부띠끄 스타일로 소규모로 만들면서 성공합니다. 로마네꽁띠에서 클론을 몰래 가져와 재배한 아타 랑기(Ata Rangi)가 유명합니다. 말보로도 마틴보로의 성공을 보고 차츰 피노누아 생산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주로 소비뇽블랑을 대량으로 만들던 대기업들이 피노누아를 생산해 현재는 말보로가 소비뇽블랑 뿐아니라 최대 피노누아 생산지가 됐습니다.
센트럴 오타고는 요즘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을 정도로 최고 품질의 피노누아 생산지 높은 인기를 누립니다. 영국의 잰시스 로빈슨 등 평론가들 공통적으로 부르고뉴 느낌이 확실하게 난다고 평가합니다. 가성비도 뛰어나고 숲속 젖은 흙, 가죽, 담배 등 3차 숙성풍미가 빨리 드러납니다. 부르고뉴 피노누아 3차 풍미는 적어도 10∼ 20년 지나야하지만 뉴질랜드 피노누아는 5년만 있어도 3차 풍미가 느껴져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피노누아는 서늘한 기후, 대륙성 기후, 일교차와 계절차가 크게 나는 기후에서 최고의 포도가 생산되는데 센트럴 오타고가 바로 이런 기후입니다. 뉴질랜드 와인 산지중 가장 남쪽이라 가장 서늘한 기후를 띠며 부르고뉴 꼬뜨도르, 미국 오리건 윌라맷밸리등 유명한 피노누아 산지와 기후가 비슷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는 혹스베이가 유명합니다. 북섬의 산지라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고 토양에 카베르네 소비뇽이 좋아하는 자갈들이 잘 섞여 있습니다. 메를로를 좀 더 많이 재배하며 보르도 블렌딩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샤르도네와 피노그리는 기즈번이 대표 생산지입니다. 소비뇽블랑을 키우기에 기즈번은 날씨가 너무 따뜻해 대안으로 피노그리를 재배합니다. 포도는 햇살을 충분히 받으면서 늦도록 익힐수 있어 리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향이 나는 풀바디 화이트 와인을 만들수 있습니다. 요즘은 말보로에서도 피노그리를 생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