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은메달리스트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4·화순군청) 조는 원래 혼합복식을 주력으로 삼지 않았다.
김원호는 지난해까지 남자복식에서 최솔규(28·요넥스)와 호흡을 맞추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나은은 지난해 김혜정(26·삼성생명)과 여자복식 세계랭킹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그런데 김원호와 정나은은 올림픽 레이스 도중 갑작스럽게 파트너를 잃었다.
최솔규는 대표팀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올해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고, 김혜정은 발목 부상으로 국제대회를 뛸 수 없었다.
복식 종목의 경우 2개 조가 세계 랭킹 8위 안에 드는 경우 올림픽 출전권 2장을 받는다.
한국 남자복식에는 서승재-강민혁 외에는 별다른 경쟁자가 없던 터라 김원호로서는 남자복식에 출전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정나은도 만약 김혜정과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꾸준히 쌓았다면, 김소영(32·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 조, 이소희(29·인천국제공항)-백하나(23·MG새마을금고)와 충분히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 혼합복식 선수로서 밟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 김원호-정나은은 출발부터 삐걱댔다.
세계 8위인 김원호-정나은은 조별 예선 1차전에서 세계 13위인 인도네시아 조에 1-2(20-22 21-14 19-21)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이후 프랑스, 중국 조에 1승 1패를 기록하며 예선을 1승 2패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조 2위 진입은 요원해 보였다.
그런데 프랑스가 상위 랭커인 인도네시아를 잡아준 덕에 김원호-정나은이 극적으로 8강 티켓을 잡았다.
중국 조를 제외한 세 팀이 1승 2패로 동률이 된 가운데 김원호-정나은이 게임 승률(3승 4패)에서 근소하게 앞선 것이다.
이때부터 김원호-정나은의 '은빛' 행진이 시작됐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그 이후의 삶을 선물로 생각하는 것처럼, 김원호-정나은은 올림픽 무대에 대한 부담을 버렸다.
원래도 덤덤한 성격과 차분한 플레이 방식에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이 겹치자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김원호-정나은은 준결승전에서 성사된 태극전사 맞대결에서 세계 2위 선배 서승재-채유정 조를 꺾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전까지 5전 전패를 기록하던 김원호-정나은은 경기 도중 구토를 하고 라켓 줄이 끊어지는 변수에도 투혼을 발휘해 결승 티켓을 따냈다.
비록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대 중반에 은메달을 목에 건 김원호-정나은이 혼합복식뿐 아니라 남자복식, 여자복식에서도 그려나갈 패기의 스매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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